이성열 회장, 60代에 새 도전…"끝까지 디지털 혁신 전도사로 남을 것"
“단순히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고 디지털 혁신이 아닙니다.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등 업종에 알맞은 디지털 혁신이 필요합니다.”

16일 서울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열 SAP코리아 회장(61·사진)은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은 혁신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1990년 PwC를 시작으로 IBM 글로벌 전기·전자산업부문 컨설팅 총괄대표, AT커니코리아 대표 등을 지낸 국내 1세대 컨설턴트다. 2018년부터 SAP코리아를 맡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도왔다.

그는 다음달 SAP코리아를 퇴임하고 플랫폼 혁신 전문기업 INF를 맡을 예정이다. 국내 중견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아이티센의 투자를 받았다. 각 기업이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을 돕기 위해 기획에서 구현, 운영까지 엔드-투-엔드로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5년 동안 플랫폼을 활용한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업계의 화두였다”며 “지금까지는 구글, 네이버 같은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제조, 금융 같은 전통 산업에 이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어떻게 적용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T 분야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서고 있지만 전통 기업이 플랫폼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맡을 INF는 컨설팅과 솔루션까지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산업별 컨설팅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솔루션 기업을 고객사와 공동 투자해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은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 컨설팅을 받더라도 상당수 회사는 이를 위해 필요한 솔루션 구축에 애를 먹는 게 현실”이라며 “산업 전반의 IT 인력난으로 내부에 디지털 혁신 역량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티센이 보유한 개발자 2000여 명과 협력해 산업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금융, 식품, 교육 분야 업체들과 플랫폼 구축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는 “플랫폼은 단순히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것만이 아니다”며 “많은 고객이 어떤 식으로 가치를 교환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INF의 사업은 그동안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모델이다. 이 회장은 “전통 기업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산업별 컨설팅은 물론 이를 구현하는 회사도 필요하다”며 “INF를 시작으로 이런 기업이 더 생겨난다면 한국 기업의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