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내 조선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대량의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유럽연합(EU)이 도입처 다변화에 나서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체 주가도 반사이익 기대에 모처럼 급등하고 있다.

LNG 공급망 다변화하는 EU

우크라發 LNG선 호황 보인다…조선株 모처럼 '뱃고동'
삼성중공업은 아프리카 지역 선사로부터 9985억원 규모의 LNG선 4척을 수주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올해 첫 마수걸이 수주다. 이번 수주를 포함해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올 들어 수주한 LNG선은 17척에 달한다. 올 들어 2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LNG선 수주량(66척)의 26%를 달성했다. 2018년 이후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해보다 빠른 속도다.

업계는 최근 LNG선 발주 배경에 연초부터 불거진 우크라이나 갈등이 자리 잡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천연가스 수요의 4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등 내륙 및 북해 해저 등과 연결된 가스관을 통해서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가스관 차단 등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로 EU를 압박하자 유럽 각국이 수입처 다변화에 착수했다. 지난 8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에너지 수입국 다변화 등 대책을 모색해 소비자 가격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방향을 예단하긴 힘들지만, 최대 선박 발주국인 EU가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에 대응해 해상 공급량을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LNG선 발주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발주 기대감에 조선주 급등

조선업계는 이 같은 EU의 탈(脫)러시아 행보가 주력 선종인 LNG선과 한동안 침체를 겪었던 해상플랜트 발주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드에 따르면 2027년까지 총 150척가량의 LNG선 발주 계획을 갖고 있는 카타르 국영 에너지업체 카타르에너지는 최근 올해 발주 계획을 16척에서 20척으로 늘렸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미국 엑슨모빌 등 다른 글로벌 에너지업체들도 각각 14척, 8척의 LNG선 발주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 LNG선의 교체 주기가 돌아오면서 수주 환경이 개선되고 있던 차에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LNG선 시황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한동안 침체했던 해양플랜트 발주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본격화돼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선박 계약이 취소되는 것은 위험 요인이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재 빅3의 수주잔고 가운데 러시아에서 수주한 LNG선은 7척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7억달러 규모의 셔틀탱커 기자재를 러시아로부터 수주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리스크가 있으나 최대 발주국인 EU의 방향 전환이 불러올 사이클 개선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LNG선 추가 발주 기대에 이날 국내 조선 관련주는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7.35% 오른 10만9500원, 삼성중공업은 6.65% 상승한 5930원, 대우조선해양은 21.9% 오른 2만7000원을 기록했다. LNG운반창에 들어가는 보랭재를 만드는 한국카본은 이날 15.61% 상승한 1만1850원에, 선박엔진 제조업체 HSD엔진은 10.99% 오른 939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