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당근마켓SNS 캡처]
[사진=당근마켓SNS 캡처]
설 연휴를 맞아 선물 구매 비용을 줄이거나 받은 선물 세트를 처분하려는 알뜰 소비처로 당근마켓이 떠올랐다. 캔햄·참치·샴푸 등 명절 선물로 잘 알려진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파는가 하면, 백화점 입점 브랜드 쇼핑백만 별도로 구매해 제품을 자체 포장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1일 중고거래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캔햄과 참치캔, 식용유, 치약, 칫솔 등 명절 선물세트가 매물로 다수 올라왔다. 판매자들은 "나는 안 써서 물건을 판매한다. 상자뿐 아니라 겉포장까지 모두 되어 있어 선물하기 좋다", "선물로 받은 건데 뜯어보지도 않은 상태로 뒀다. 다시 선물하기에 무리가 없다" 등의 소개글로 상품 상태가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고장터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최근 당근마켓에서 샴푸세트와 캔햄세트를 구매한 이모씨(42)는 "중고마켓에서 구매하면 정가의 반값에도 살 수 있다. 포장 상태도 완벽해 선물하기에 흠이 없더라"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명절 선물세트 판매 게시글. [사진=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에 올라온 명절 선물세트 판매 게시글. [사진=당근마켓 캡처]
선물이 아닌 본인 사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부 박모씨는 "햄이나 참치는 어차피 항상 구비해두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명절 시즌에 중고플랫폼에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며 "명절 때마다 이 제품들을 사기 위해 키워드 알람 설정도 해놨다"고 말했다.

연휴기간 중고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건 생필품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백화점에 입점한 고가 브랜드 쇼핑백 역시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설화수·조말론·바비브라운 등의 브랜드 쇼핑백이 1000~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설화수 쇼핑백을 구매한 대학생 윤모씨(23)는 "부모님에게 줄 설화수 선물세트를 당근마켓에서 6만원에 샀다. 백화점에선 12만원이니 반값에 구매한 셈"이라며 "판매자가 쇼핑백은 없다고 해서 쇼핑백만 또 다른 판매자에게 1000원에 구매했다"고 전했다.

윤씨는 "12만원 짜리 선물을 6만1000원에 구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주는 사람도 (저렴하게 구매해) 기분 좋고, 받는 사람도 (포장 상태가 완벽해)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쇼핑백 판매 게시글. [사진=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에 올라온 쇼핑백 판매 게시글. [사진=당근마켓 캡처]
중고플랫폼에서 설 명절 선물세트 재판매가 증가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명절이 지속하며 선물을 주고받는 사례는 늘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0.5%, 20%, 12.6% 증가하는 등 설 선물세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명절 선물세트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과 달리 친척과 지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줄어들어 받은 선물을 함께 나누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얼굴을 자주 못 보니 고마운 마음이라도 전하고자 명절 선물을 전하는 사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다 사용하지는 못하다 보니 중고거래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중고플랫폼 활성화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