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겉만 번지르르한 줄 알았는데 속도 알차다. 가격도 1000만~2000만원대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끝판왕으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돌풍을 몰고 온 르노삼성 XM3 얘기다.

지난 17~18일 르노삼성 XM3를 타고 서울 곳곳을 누비고 올림픽대로 왕복 약 50km를 달렸다. 시승차는 TCe 260(1.3L 터보 엔진) RE 시그니처 모델이다. 일상용으로 선호도가 높은 차라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춰 시승했다. 이번 신형 XM3는 지난해 3월 출시한 XM3의 연식변경 모델이다. 하지만 단순 업데이트 수준이 아닌 전작에 비해 꽤 손을 본 티가 났다.
르노삼성 XM3 전면./ 사진=신현아 기자
르노삼성 XM3 전면./ 사진=신현아 기자

디자인 참 잘 빠졌네

디자인은 큰 틀에서 전작과 달라진 점이 없다. 다만 전면부는 안개등이 사라지는 대신 에어커튼 크롬 장식이 추가됐다. 측면은 가니쉬, 벨트라인 쪽 크롬 장식 등에 소소한 변화를 줬다.

쿠페형 디자인은 유지됐다. 한껏 '힙업(Hip-up)'된 모습이 소형 SUV답지 않은 도로 위 존재감을 드러낸다. 얼핏 보면 BMW X4, X6이 연상되기도 한다. 전면부와 후면부는 전반적으로 르노삼성의 디자인 기조를 계승하고 있다. 한 체급 위인 중형 SUV QM6의 축소 버전이라 보면 된다. 외관 색상으로는 소닉 레드(15만원 추가)가 추가됐다.
르노삼성 XM3./ 사진=신현아 기자
르노삼성 XM3./ 사진=신현아 기자
실내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다. 구성이 깔끔하고 간단하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실용성에 충실하는 유럽 차량들의 특징을 보여준다. 소형 SUV라면 감안하는 실내 '저렴한 티'도 딱히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고급스럽다고 하긴 어렵다.

9.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세로형이라 오히려 익숙한 느낌은 준다. 휴대폰을 평소 세로로 사용하다 보니 좀 더 잘 들어오는 측면이 있다. 살짝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점도 사용하기에 편하다. 공조장치는 토글 타입 버튼과 3개 다이얼로 구성됐다. 클러스터에 지도가 표기되는 점은 높이 살 만한 요소다.

내비게이션은 국내 1위 내비게이션인 '티맵'이 내장돼 편리하다. 다만 장소 검색 시 반응이 다소 느려 답답한 감이 있다. 기존 모델 차주들에게서 지적받아온 키보드 내 한영 전환 버튼은 이번에 들어갔다. 오디오 온·오프 버튼은 따로 없다. 다만 스티어링휠 뒷편에 놓인 음량 조절 장치(+/-) 를 동시에 누르면 꺼진다. C타입이 없고 USB만 지원하는 것은 다소 아쉽다.
XM3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XM3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공간 활용도는 소형 SUV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준중형급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 차의 전장은 4570mm다. 꽤 긴 전장을 자랑하는 기아 셀토스보다 195mm 정도 길고 한 체급 위인 QM6(4675mm)와 비교해 10cm 정도 차이 난다. 축간거리(휠베이스)는 2720mm로 준중형 세단 아반떼와 같고 QM6(2705mm)를 앞선다. 차체 뒤쪽이 급하게 경사지며 내려오는 쿠페형 디자인임을 감안하면 2열 헤드룸도 여유로운 편이다.

트렁크 개폐 정도가 큰 데다 전장과 축간거리가 길어 차박(차량+숙박)할 때 유리할 듯싶다. 다만 선루프가 옵션 사양으로나마 제공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차박시 누웠을 때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152마력치고 꽤 나가네

르노삼성 XM3 측면./ 사진=신현아 기자
르노삼성 XM3 측면./ 사진=신현아 기자
주행은 다소 거칠다. 역시 유럽차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점이 불편하다면 좀 더 부드러운 자연흡기 모델을 선택하는 쪽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속 주행은 기대 이상이었다. 터보 엔진 덕에 낮은 출력에서도 힘이 붙는 느낌이 난다.

XM3 동력계는 독일 다임러와 공동 개발한 1.3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이 탑재됐다. 최고 출력은 152마력 최대 토크는 26.0kg·m다. 복합 연비는 TCe 260 17인치 알로이 휠 기준 13.8km/L다. 소음은 잡지 못한 듯하다. 가속 시 RPM(분당회전수)을 올리면 엔진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승차감은 무난한 편이다. 차량 가격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 다만 많이 나아졌다고 하나 느린 변속 반응 때문에 오르막 구간에서 답답한 감은 여전했다. 액셀러레이터 반응도 예민하지 않다. 때문에 출발이 다소 굼뜨다. 멈췄다 섰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 곧바로 출발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토 홀드'와 '스톱 앤 스타트' 기능까지 더해져 불편함은 가중된다.

주차할 때 예상치 못한 피로도도 느껴졌다. 액셀에서 발을 떼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보통 차량과 달리 엑셀을 밟아야만 차가 움직인다. 좁은 공간에서 차가 확 나가지는 않을까 불안함을 느끼며 주차해야 했다. 브레이크 반응의 경우 원하는 만큼 잘 따라온다. 예민하지도 무디지도 않다. 브레이크 때문에 운전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XM3 후면 램프./ 사진=르노삼성차
XM3 후면 램프./ 사진=르노삼성차
주행보조기능 등 안전·편의사양은 알차게 들어갔다. '고속화 도로 및 정체구간 주행 보조기능'이 이번 연식변경 모델부터 새롭게 탑재된다. 이 기능은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등으로 구성됐다. 차선이탈 경보, 차선 이탈 방지 보조,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측방경보 시스템, 후방교차 충돌 경보 등 주행 보조기능도 들어갔다.

오토매틱 하이빔, 오토 홀드,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 360 주차 보조 시스템 등 최첨단 사양도 적용됐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전좌석 원터치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가 기본 장착된다. 동급 최초 오토 클로징·오토 오프닝 기능도 탑재됐다.

가격은 1.6 자연 흡기 가솔린 △SE 트림 1787만원 △LE 트림 2013만원 △RE 트림 2219만원이다. TCe 260의 경우 △RE 2396만원 △RE 시그니처 2641만원이다. 합리적 가격에 세련된 디자인, 부족하지 않은 편의 기능까지 XM3가 유독 2030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글=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