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는 2030…아웃도어 '제2의 전성기'
아웃도어업체인 K2는 최근 가수 수지를 모델로 한 신발 광고를 중단했다. 광고 개시 2주 만이다. 20~30대 여성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해서다. K2 관계자는 “예약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고객들의 항의를 받는 매장이 많아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산을 찾는 20~30대 ‘산린이’(산+어린이)가 늘어난 데다 첨단 친환경 기능성 소재 제품을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까지 새로 유입되면서 국내 아웃도어 4인방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삼성물산, LF 등 전통 패션회사와 자라, 유니클로 등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아웃도어 ‘제2의 전성기’

등산하는 2030…아웃도어 '제2의 전성기'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K2,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4개 아웃도어 업체는 올 1~4월 지난해 동기 대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가 각각 40%대, K2가 50% 성장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는 영원아웃도어는 작년 매출이 4326억원으로 2019년 매출(4107억원) 대비 5% 증가했다. F&F의 ‘디스커버리’는 전년보다 18% 늘어난 3780억원의 매출로 2위에 올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4% 늘어 2915억원의 외형을 달성했고 K2도 소폭 상승한 35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블랙야크, 네파, 아이더 등 전통적 아웃도어 고객층에 집중한 업체와 달리 젊은 층을 겨냥한 기능성 제품을 내놓은 업체들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레깅스나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를 선호하는 산린이 유입이 성장세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하반기 20~30대를 대상으로 내놓은 레깅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0% 증가했다. 등산화 버컷디워커V2는 판매 3개월 만에 12만 켤레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 들어 가수 아이유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블랙야크는 30~40대 여성 신규 고객층이 집중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겨냥해 젊은 감각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아웃도어 회사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소재로 가치소비 겨냥

아웃도어업체들의 실적은 글로벌 SPA 자라가 10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전통 패션업체들의 실적 부진 속에 거둔 성과여서 눈길을 끈다. 자라는 지난해 매출이 26% 감소하면서 3055억원에 그쳤다. 역성장은 2010년 국내 진출 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2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유니클로는 매출이 사실상 반 토막(41%) 났고 H&M 역시 매출이 2% 감소했다.

아웃도어업체들은 올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제품으로 기성 패션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 쓴 페트병을 재활용한 ‘페트병 옷’을 적극 활용해 MZ세대의 가치 소비 트렌드를 파고들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작년 재활용 나일론으로 제작된 ‘눕시’(쇼트패딩)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출시한 ‘에코 플리스’를 내놔 인기를 끌었다. 블랙야크도 페트병을 모아 매장에 가져오면 옷으로 바꿔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올 상반기 생산하는 친환경 소재 의류 규모를 지난해 동기 대비 200% 늘릴 예정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