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정육 코너 직원이 삼겹살과 목살 등을 진열하고 있다.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정육 코너 직원이 삼겹살과 목살 등을 진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연말 식탁물가가 뛰어오르고 있다. 집콕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소·돼지 가격이 오르는 데다 이들의 대체재로 꼽히는 닭, 오리고기 가격도 전남, 경기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산되면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 소비가 줄면서 고깃값이 떨어질 것이라던 당초 전망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고깃값 고공행진은 연말을 넘어 내년 설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년 새 돼지 소비량 11% 증가

7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4일 탕박(털을 뽑은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4734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151원) 대비 14% 오른 가격이다. 2018년 12월 가격보다도 16.6% 높다.
집콕이 밀어올린 고기값…AI로 달걀도 뛴다
소매가격도 함께 움직였다. 지난 3일 삼겹살 소매가격은 ㎏당 2만1651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2%, 2018년보다 25.6% 높다. 삼겹살 소매가격은 지난 4월 올 들어 처음으로 ㎏당 2만원을 넘어선 후 이달까지 한 번도 1만원 대로 떨어진 적이 없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이달 들어 삼겹살 100g을 20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전년 동월 가격은 1680원으로 1년 새 23.8% 올랐다.

한돈업계는 공급량이 충분해 올 하반기가 되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가정 내 소비가 늘면서 예상을 빗나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칸타 월드패널 디비전에 따르면 지난 7월 10일∼10월 11일 국내 가구당 평균 돼지고기 구매량은 5.99㎏으로 지난해 5.37㎏보다 11.5% 증가했다.

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발간하는 ‘12월 축산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 66곳의 돼지고기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8% 증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날 경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우 1등급 ㎏당 10만원대 지속

한우와 닭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한우 1등급 등심의 ㎏당 소매가는 지난 4일 10만247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올랐다. 올해 전체 한우 도매가격 평균은 1만991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올랐다. 칸타 월드패널 디비전은 국내 가구당 한우 구매량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9월을 빼면 모두 전년 같은 달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추석 선물 세트 인기 등의 영향으로 한우 수요가 예년보다 늘었다는 설명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오를 때마다 찾는 대체재인 닭고기 가격도 움직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에 공급되는 닭고기(육계) 도매가격이 오름세다. 지난 4일 닭고기는 ㎏당 2606원으로 전년 동기(2103원) 대비 23.9% 올랐다.

고병원성 AI 여파…오리 계란 오를 듯

현재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고병원성 AI는 오리와 산란계(계란 생산을 목적으로 키우는 닭) 생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아직 도·소매시장에 큰 변화는 없지만 내년 초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오리 도매가격은 ㎏당 2584원으로 전년 동기(2438원) 대비 5.9% 올랐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농경연은 오리 사육 마릿수가 이번달부터 내년 2월까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계란가격은 3일 특란 30구 소매가격이 5577원으로 전년 동기(5385원) 대비 3.57% 올랐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