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30원 밑으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미 대선 불확실성이 일부 걷힌 데다 앞으로 미·중 갈등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불복할 경우 외환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원50전 내린 1128원20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27일(1125원50전) 후 7거래일 만에 1130원 밑으로 내려갔다. 환율은 이날 달러당 7원70전 내린 1130원으로 거래가 시작된 뒤 낙폭이 커졌다.

미 대선이 대접전 양상을 보인 전날은 장중 환율이 달러당 1126원30전~1148원을 오가며 널뛰기 장세를 보이다 3원60전 오른 1137원70전에 마감했다. 하지만 이날은 바이든 후보가 접전 지역에서 속속 승리를 거두는 등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환율 하락 배경으로 작용했다. 바이든 후보가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분별한 관세 부과 등 강도 높은 압박 카드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바이든 집권 이후 오를 여지가 높고 위안화 흐름과 같이 움직이는 원화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환율 흐름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중단, 재검표 등을 요구하는 데다 소송전 채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2000년 대선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재검표 여부를 놓고 35일(11월 8일~12월 12일) 동안 공방을 벌일 당시 원·달러 환율은 12월 4일에 달러당 1217원10전까지 올랐다. 대선일(11월 8일) 대비 82원80전(6.8%) 급등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