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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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조모씨(38)의 최대 숙원은 내 집 마련이다. 이제 곧 40대에 접어들고 두 아이도 날이 다르게 크고 있어서다. 하지만 그는 “돈이 안 모여도 너무 안 모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씨는 “벌이가 시원치 않은 게 크지만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빠져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며 “월 건강보험료만 3년새 10만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조씨의 고민은 대부분의 청년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빠른 고령화와 정부 지출 확대 정책 등으로 조세·준조세 부담이 무거워지고 있고, 이것이 자산 축적과 계층 상승의 꿈을 제약하고 있다. 앞으로는 복지 지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본격적인 증세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아 청년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년새 청년 세금·보험료 부담 3배 ↑

30년 전 청년에게 세금과 사회보험료는 거의 신경 쓸 필요 없는 지출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말 39세 이하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조세·사회보험료 지출은 3만8270원에 불과했다. 소득 대비 4.1%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말 청년의 조세·준조세 지출은 60만680원에 이른다. 소득 대비 비중은 11.8%다. 30년 새 조세·준조세 부담이 약 3배 무거워진 것이다. 소득 증가 속도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세금과 보험료는 많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1990~2000년 39세 이하 근로자 가구 소득은 연평균 9.2%씩 증가했다. 하지만 2000~2010년엔 5.8%, 2010~2019년엔 2.9%로 증가율이 뚝 떨어졌다. 경제 성장 둔화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까지만 해도 청년 소득이 전체 소득보다 증가 속도가 빨랐지만 2010년대엔 전체 증가율(3.6%)보다도 낮아졌다. 정규직 일자리를 선점한 기성 세대들이 노조의 힘을 내세워 고용 보호 수준과 임금을 대폭 올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청년은 양질의 일자리에 들어가는 게 힘들어졌다. 2010~2019년 전체 고용률은 2.4%포인트 올랐는데 20대 고용률은 2.0%포인트 하락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1988년 소득의 3%였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9%까지 올랐다. 건강보험료율도 2001년 3.4%에서 올해 6.67%까지 인상됐다. 특히 2018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본격 시행하면서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1990년 당시 39세 이하 평균소득이면 20%의 명목세율이 매겨졌지만 올해는 24%가 적용된다.

◆“재정지출 개혁으로 청년 부담 낮춰야”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1%도 안되는 저성장 시대가 코앞에 도래한 데다 노인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노인 비중이 늘면 각종 복지 지출, 연금·사회보험 지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 추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 예산 소요액은 올해 17조원이지만 2030년엔 40조6000억원으로 2배 이상 뛴다. 2040년엔 78조6000억원이다. 지금은 만18세 이상 납세자가 기초연금을 위해 1인당 41만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10년 뒤엔 부담액이 94만원, 2040년엔 180만원이 된다. 이런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선 부가가치세 인상, 전면적인 소득세 인상 등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도 ‘재정 폭탄’으로 꼽힌다. 조세재정연구원이 건보 보장성 강화 속도와 인구 변화 추세를 감안해 건보 지출을 추계한 결과 올해 76조원에서 2030년 156조원, 2040년 287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지출을 감당하려면 건보료율은 올해 6.67%에서 2030년 9.81%, 2040년 14.77%까지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은 지금의 고령화 속도면 2057년 적립금이 고갈된다. 그해 연금 미지급 사태를 막으려면 보험료율을 24.6%까지 인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청년의 조세·준조세 부담을 낮추려면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과도한 복지 지출을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준조세 부담 증가는 저성장·고령화 영향이 크지만 정부가 미래 세대 부담은 생각 않고 복지 지출을 무분별하게 늘린 탓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전반의 지출 개혁과 신산업규제·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경제 활력 올리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