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의 잘못된 자료 제출과 관련한 고발 지침을 내놨다. 고발 판단 기준을 공개해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의도지만 여전히 자의성이 강해 기업에 별반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7일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이 △계열사 설립 및 출자 △계열사 지분 구조 △최대주주의 지분 보유 현황 △지주회사 설립 △사업 내용 보고 등과 관련해 잘못 보고하거나 보고 내용을 누락했을 때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가 발견되면 대기업 집단 총수와 법인을 검찰에 고발해 왔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에서 고의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현저’ ‘상당’ ‘경미’ 세 단계로 나눠 검찰 고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잘못된 자료 제출의 고의성과 관련해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면 ‘현저’ △알고도 허위 기재했다면 ‘상당’ △단순 실수는 ‘경미’로 분류했다.

중대성에서는 △공정위의 처벌로 이어질 만한 사안이면 ‘현저’ △공정위가 작성하는 대기업 집단 통계와 관련 있으면 ‘상당’ △단순한 보고 지연이면 ‘경미’에 해당한다. 중대성이 ‘현저’에 해당되더라도 고의성이 ‘경미’하면 고발하지 않고, 중대성이 높더라도 고의성이 ‘현저’에 해당되면 고발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가 대기업 집단에 제출을 요구하는 각종 자료는 그 양이 방대하고 복잡하다. 이 때문에 새로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기업은 자료제출의무를 일부 위반해 총수가 고발되는 사례가 잦다. 계열사 20곳에 대한 신고를 누락했다는 혐의로 2018년 검찰에 고발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대표적이다. 이 GIO는 검찰 조사에서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공정위가 이번 지침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상당한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만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공정위의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고의성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결국 공정위 조사관의 주관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고의성 여부가 결정되는 지금의 구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판례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며 “기업 측의 자료 누락 고의성과 관련된 법원 및 검찰과의 시각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