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보호 종료 아동의 자립과 교육을 위해 기능성 마스크를 제작해 오는 13일부터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펀딩을 한다. 보육시설 청소년에게 디자인 직업교육과 일자리 연계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소이프도 참여했다. 박재용 섬유사업본부 대표(왼쪽 두 번째)와 홍현민 석유화학사업본부 대표(세 번째).
지난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본 소비자가 1년 전에 비해 세 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낸 펀딩 참여자에게 중국산 모조품이나 하자 제품을 속여 판 사례가 속출했다. 사실상 불량 제품을 산 것이지만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는 ‘투자’라는 이유를 들어 환불해주지 않는 등 피해자 구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관련 피해구제 요청 건수는 66건으로 2018년(22건)의 세 배로 증가했다. 2017년엔 1건이었다.피해 유형은 배송 지연, 모조품 및 하자 제품 판매 등 다양하다.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펀딩한 2500원짜리 미세모 칫솔 ‘다모칫솔’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에서 같은 제품이 3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펀딩이 중단됐다.크라우드펀딩 업체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 1695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환불 약관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와디즈를 신고했다. 와디즈에서 스마트 고양이 화장실을 구매한 소비자 25명은 이달 초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불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크라우드펀딩을 장려해온 정부는 사실상 관리·감독을 방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공정위 등 관련 부처는 관리·감독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황경태 스프링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관기관에 따라 매매인지 투자인지 해석이 달라 소비자 피해만 늘고 있다”고 했다.'혁신 가장한 판매' 크라우드펀딩…피해자 속출해도 구제 안돼짝퉁·하자제품 등 환불 거절…플랫폼사선 판매사에 책임 돌려자영업자 정모씨(32)는 2018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스마트 고양이 화장실 ‘라비봇’에 71만원(2대 기준)을 펀딩(실제로는 구매)했다. 개발업체는 라비봇이 고양이 배설물을 자동으로 청소한다고 홍보했다. 스마트폰으로 화장실 내부를 실시간 확인하는 기능도 내세웠다.실제로 받은 제품은 이와 달랐다. 배설물 치우는 삽이 부러진 상태로 배송됐다. 고양이가 화장실 안에 있는데 삽이 갑자기 움직여 다칠 위험도 컸다. 스마트폰 연동 기능도 먹통이었다. 정씨는 곧장 환불을 요구했지만 2년 넘게 처리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정씨는 “제작업체가 환불해주지 않는데도 와디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플랫폼 “피해 나 몰라라”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모으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후원형, 증권형, 대출형 등으로 구분된다.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16년 250억원이던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00억원으로 12배 넘게 커졌다. 최근 5년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펀딩 규모가 연평균 250% 성장했다.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비자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한 업체가 이미 중국에 판매되고 있는 와인냉장고를 새 상품으로 둔갑시켜 와디즈에서 펀딩을 받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가격도 중국 현지(58달러)보다 비싼 10만원으로 설정했다. 와디즈에서 펀딩한 티타늄 안경테가 알고 보니 값싼 니켈 도금 안경테로 밝혀진 일도 있었다. 국내 한 신발 브랜드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부테로 카레라’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으로 와디즈 펀딩이 취소되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크라우드펀딩 제품의 부실을 고발하는 영상이 수십 건 올라왔다.하지만 피해 구제는 쉽지 않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대부분이 후원형 펀딩을 ‘투자’로 규정해서다. 와디즈는 투자위험고지서에 “해당 상품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증권’에 해당한다”고 알렸다. 와디즈 관계자는 “투자위험 고지는 증권형 펀딩에 해당하는 설명”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투자위험 고지에는 증권형을 특정하지 않았다. 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플랫폼업체는 이런 이유로 제품 하자 등 책임을 판매업체에 돌린다.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땐 배상이 아니라 펀딩 취소 등에 그친다.투자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플랫폼이 많다. 와디즈는 투자위험고지를 사이트 맨 아래쪽에 표시했다.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야 나온다. 텀블벅은 투자위험고지서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판매업체 정보도 부실하다. 회사명, 이메일 주소, 홈페이지 주소, 연락처가 전부다.와디즈는 지난 1월 제품에 심각한 하자 등이 있을 때 제품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 환불받을 수 있는 ‘펀딩금 반환정책’을 내놨다. 다만 전자상거래법이 정한 환불 규정(공급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하자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보다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와디즈 관계자는 “문제된 펀딩은 전체의 1% 이하”라고 해명했다.공정위·금융위 “우리 책임 아냐”정부는 소비자 피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금융위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금융위가 증권형 펀딩의 감독만 인정할 뿐이다. 금융위가 지난 16일 내놓은 ‘크라우드펀딩 발전방안’에도 후원형 펀딩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후원형 펀딩은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 자본시장법상 투자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자금을 후원하고 제품을 받는다는 점에서 매매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통신판매업을 관할하는 공정위는 다른 시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업체가 펀딩에 나선 목적이 제품 생산비 등 자금 조달이라는 점, 이미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개발 중인 제품을 거래하는 점에 비춰볼 때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며 “전자상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한국소비자원에 연구 용역을 맡긴 결과 크라우드펀딩은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덧붙였다.스타트업업계가 크라우드펀딩을 바라보는 시선도 싸늘해졌다. 당초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스타트업 ‘등용문’ 역할을 했다. 아이디어만으로 미리 시장성을 검증할 수 있어서다. 이그니스가 선보인 간편식 랩노쉬는 최초로 펀딩액 1억원을 모아 화제가 됐다. 이는 올리브영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 입점하는 계기가 됐다.지난해 와디즈에서 펀딩을 했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 제품을 출시하려는 스타트업보다 물량 공세를 펼 수 있는 ‘보따리상’이 크라우드펀딩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라우드펀딩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 △후원형(펀딩 대가로 제품 등을 받는 방식) △기부형 △대출형 △증권형 등 네 가지 형태로 나뉜다.양길성/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
‘펀딩하기는 쇼핑하기가 아닙니다. 메이커의 창작활동 및 목표 실현을 위한 과정을 지원하는 것입니다.’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와디즈와 텀블벅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펀딩을 투자 또는 후원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와디즈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뢰한 결과 후원형 펀딩은 시제품 단계여서 판매가 아니라 투자에 해당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매매거래가 아니어서 전자상거래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프로젝트의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창작자의 개발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이 투자보다 매매계약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일반 매매와 거래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투자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윤민섭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국내 법률상 투자는 원본손실가능성이 있을 때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펀딩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 자체를 손실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윤 위원은 “원본손실가능성은 금전에만 적용되는 개념으로 보상(물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부동산 거래도 투자를 목적으로 하지만 법률상으론 부동산 매매로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후원자가 돈을 지급하는 목적이 투자보다는 물건 구매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소비자 피해를 대비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홍 교수는 “사실상 투자가 아닌데 투자라는 이유로 후원자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펀딩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누가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펀딩업체에서 계약에 대한 보험을 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은 “자금 사용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통제권한 및 의무를 중개인에게 부여해야 한다”며 “표준약관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착한 소비’ 열풍을 일으켰던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을 둘러싸고 투명성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펀딩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등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다.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사람이 소액을 모아 기부하는 형태다. 2011년부터 와디즈, 텀블벅, 위비크라우드펀딩, 소셜펀치, 해피빈 등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크게 늘기 시작했다. 소액을 기부하면서 ‘리워드(보상)’ 형태로 관련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부터 본격화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후원금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정대협은 2016년 중국 난징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숲을 조성하겠다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4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지만 사업은 무산됐다. 이후 후원금은 정의연 계좌로 들어가 목적과 다르게 쓰였다는 의혹이 일었다.정의연 외에도 다수의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펀딩 종료 후 기부까지 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제작비, 배송비, 수수료를 제외한 순수익금을 기부한다고 하고선 마감 후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는 곳은 드물다.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예산안을 올리는 사례도 많지 않다.지난 3월 와디즈에서는 한 업체가 티셔츠를 판 수익 일부를 밀알학교(발달장애아 특수학교)에 기부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올렸다. 하지만 후원금 모집을 종료하고 한 달이 지나서도 기부하지 않았다. 기부 지연 사유와 향후 계획도 공지하지 않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밀알학교와 만날 수 없어 2학기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전문가들은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펀딩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착한 소비’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마케팅에 불과하다”며 “후원금을 받기 전에는 예산안, 받은 뒤에는 결산안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최소한의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