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3조 이상 자구안 제출…채권단 "돈 되는 계열사 팔아야"
채권단-두산, 경영 정상화 방안 확정 전 밥캣 매각 등 놓고 줄다리기 전망
이달 중순 두산중공업 정상화 방안 확정…밥캣 매각 여부 촉각
국책은행에서 2조4천억원을 지원받은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 이달 중순께 확정될 전망이다.

두산그룹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 매각까지 이뤄질지 주목된다.

3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전반에 걸친 실사가 끝나면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확정한다.

삼일회계법인을 통한 실사는 이달 중순께 끝날 것으로 보인다.

㈜두산과 두산중공업 이사회가 이달 14일에 예정돼 이르면 그날 정상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달 27일 최종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자구 노력으로 3조원 이상을 확보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엄격한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이 자구안에 담겼다.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제시한 '3조원 이상' 규모에 주목하며 매각이 가능한 계열사들을 꼽아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일단 알짜 계열사인 두산솔루스를 매물로 내놓았다.

두산그룹 대주주 일가와 ㈜두산이 보유한 지분 61%를 판 뒤 그 자금을 두산중공업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가 두산솔루스를 매각한 자금을 사재 출연하는 방식이다.

두산솔루스 시가총액은 현재 약 1조원 수준이다.

두산그룹은 경영권 가치와 2차전지 소재 산업 성장전망 등을 반영해서 8천억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산솔루스를 좋은 가격에 팔더라도 두산그룹이 채권단과 합의한 3조원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두산에서 분할된 발전용 연료전지업체 두산퓨얼셀을 포함해 다른 사업들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두산의 산업차량BG, 모트롤BG와 두산중공업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과 두산메카텍, 춘천 라데나골프클럽을 운영하는 두산큐벡스, 클럽모우CC 등을 매각 대상으로 거론한다.

다만 두산건설은 시장 경쟁력이 떨어져 '위브' 상표권 외에는 큰 매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을 개별 매각을 하든 몇 개를 묶어 패키지로 처분하든 모두 팔아도 3조원을 채우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나 밥캣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 매각이 자구안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그룹 계열사 가운데 돈이 되는 것을 팔아야 3조원 이상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 두산중공업 정상화 방안 확정…밥캣 매각 여부 촉각
두산솔루스에 더해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나 밥캣을 매각하면 3조원은 금세 마련할 수 있다.

밥캣은 현재 시가총액이 약 2조3천억원으로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38억7천만달러(4조7천억원 상당), 영업이익이 4억9천만달러(6천억원 상당)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밥캣 몸값은 더 높다는 것이 두산 관계자들의 평가다.

지금은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 이슈에 눌려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밥캣의 매각가를 1조5천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으로선 밥캣을 매각하면 알짜 현금 창출 창구가 사라진다는 고충이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작년에 밥캣에서 받은 배당금이 600억원에 달한다.

또 2007년 밥캣을 인수하면서 막대한 금융비용을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매각 이슈는 더욱더 뼈아프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49억달러(당시 5조1천억원)에 인수하며 29억달러를 차입했는데 직후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2012년 5억달러 영구채 발행까지 하며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1조원이다.

두산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보유 지분율은 38.41%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솔루스에 더해 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한다고 하면 채권단과 얘기한 자구안 규모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입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계열사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밥캣 매각 문제 등을 놓고 채권단과 두산 측의 줄다리기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두산 측은 밥캣 매각까지는 피하려고 하겠지만 '나쁜 부모'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밥캣이 절연해야 한다는 채권단의 요구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