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금융거래 이력이 적은 사회초년생에게 비대면으로 최대 2000만원을 빌려주는 ‘씬파일러 신용대출’을 27일 출시했다.금융거래 경험이 적은 사람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쉽지 않다. 은행이 상환 여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개인신용등급(CB)도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는 사례가 많다. 농협은행은 머신러닝 기반의 통계분석을 활용해 이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연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고, 재직기간이 6개월 넘은 법인 소속 근로자가 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00만원부터 최대 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고,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한 최저금리는 연 3.4%다. NH스마트뱅킹 모바일 앱에서 별도 소득증빙 서류를 낼 필요 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기업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1935년 주요 기업의 존속기간은 90년이었으나 1975년에는 30년, 1995년에는 22년으로 짧아졌다. 최근에는 15년 이하까지 단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경영 여건이 숨가쁘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런 환경일수록 오랫동안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는 장수기업들의 ‘존재감’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착한 기업’에서 ‘100년 기업’으로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대표적 장수기업 중 하나는 유한양행이다. 이 회사는 올해 창립 94주년을 맞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유일한 박사는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고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찾을 수 있다’며 1926년 유한양행을 세웠다. 1933년 자체 1호 개발품이었던 ‘안티푸라민’을 시작으로 구충제, 피부병약을 만들면서 외국 의약품에 의존했던 한국인의 삶을 바꿔놨다.1960년대에는 외국의 유명 제약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락희화학(지금의 LG화학)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민간 기업이기도 하다.유한양행은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재단·학원을 통해 벌이는 장학금, 복지, 교육 사업 등은 많은 한국인에게 기업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조만간 설립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유한양행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 2018~2019년 폐암 치료 신약물질인 레이저티닙을 비롯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네 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은 우리은행 역시 장수기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우리은행의 뿌리는 1899년 1월 30일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다. ‘화폐융통은 상무흥왕의 본’, 즉 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고종황제의 뜻에 따라 황실 자금과 정부 관료, 조선 상인이 납입한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였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평화은행 등의 합병 등을 통해 2002년 지금의 우리은행이 탄생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외환위기 등을 거친 우리은행의 역사에는 한국 현대사가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우리은행은 일찍부터 해외 선진 금융기법 도입을 위해 힘써왔다.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금융회사에 직원을 파견했다. 1968년 국내 은행 최초의 해외지점을 일본에 냈고, 2015년 ‘세계 네트워크 200개’를 달성했다. 올해부터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업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다. 선진국의 기업금융(IB) 시장도 함께 공략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국민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대한민국의 정통 민족은행으로서 혁신 성장기업 투자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위기에 더 강해지는 장수기업의 힘금융권의 또 다른 장수기업인 농협은행은 1958년 설립된 농업은행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100%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민족은행’이자, 도·농 간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휴먼뱅크’라는 점이 농협은행의 자부심이다. 전국 최대 규모인 1100여 개 지점망을 갖췄고, 농촌 지역의 점포 비중도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다. 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에 쓰고 있다. 행복채움 금융교실, 1사1교 금융교육, 모두레 어린이 경제·금융교실 등이 농협은행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이다.농협은행은 최근 금융권에 불어닥친 ‘디지털 전환’ 열풍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18년 말 내놓은 모바일 앱 NH스마트뱅킹은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대신증권은 올해로 창사 58주년을 맞는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 굵직한 한국 경제사의 위기를 오뚝이처럼 극복하며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장수 비결은 산전수전 겪으며 쌓은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대형 증권사가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대신증권은 무차입 경영 덕에 힘든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 해외 투자은행과의 협력을 통한 신용보강으로 금융위기도 큰 탈 없이 지나갔다.대신증권 측은 “재무, 자금, 리스크 부문에서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꾸준히 개선해왔다”며 “이런 한결같은 방침이 오랫동안 회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규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증권을 중심으로 저축은행, 자산운용, 사모펀드, 신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해 탄탄한 금융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농협은행은 1958년 설립된 농업은행을 계승하는 상업은행이다. 증권, 보험 등의 금융업 전반을 영위하는 농협금융지주 산하 은행법인이다. 현재는 농협금융지주를 농협중앙회가 지배하지만, 농협과 농협은행의 뿌리는 같다. 그래서 농협은행의 역사는 한국 농업협동조합 운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958년 농업은행이 모태농협은 20세기 격동의 한국 역사 속에서 성장했다. 농협 성립은 대한제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지방금융조합규칙’ 칙령을 계기로 지방금융조합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한·일 강제 병합을 계기로 지방금융연합회는 조선금융조합연합회로 명칭을 바꿔 명맥을 이어갔다.6·25전쟁 이후 자유당 정권은 농협법 입법화를 추진했다.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과 농업은행법이 제정됐고, 1958년 농업은행이 설립됐다. 1961년 박정희 정부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선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을 다시 합병시켰다. 농협중앙회가 만들어져 농협이 은행업과 농업지원 사업을 모두 영위하게 됐다. 1980년대 민주화 시대, 농협에도 직선제를 도입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농민을 지원하는 경제부문과 금융부문의 분리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농협은 오랜 연구 끝에 2012년 농협중앙회 사업을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때 농협은행도 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별도 법인으로 출범했다. 1961년 농업은행이 조합 내부로 흡수된 뒤 51년 만에 은행 법인이 다시 설립된 것이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처럼 은행법이 아닌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분류된다.국내 자본 100% 민족은행농협은행은 100%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민족은행이다. 1100여 개의 전국 최대 지점망을 갖고 있다. 도·농지역 점포 비중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높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 금고를 관리하는 ‘나라 살림 전문 은행’으로도 꼽힌다. 창출된 수익은 농업·농촌 지원사업으로 다시 환원하고 농심(農心)의 기본 가치를 국민과 함께 나눠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농협은행은 1984년 은행신용카드 업무를 시작했다. 30여 년간 결제 및 디지털 금융 노하우를 축적했다. 1990년 중앙회 전 점포와 회원조합 간을 연결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전산망을 구축했다. 농협은행 출범 뒤에는 스마트 앱 개발에 적극 나섰다.2018년 말 내놓은 모바일 앱 NH스마트뱅킹은 ‘은행 간편금융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밀번호 6자리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인공지능(AI)에 기반한 올원상담봇(챗봇), 음성뱅킹 기능을 넣고 패턴인증 등을 도입했다. 2018년 9월 베트남에서도 올원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트남 현지인을 겨냥해 계좌 잔액 및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고, 이체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지인이 많이 사용하는 전자지갑 서비스도 붙이기로 했다.‘휴먼뱅크’로 도농 간 격차 해소농협은행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도농 간 격차를 해소하는 ‘휴먼뱅크’를 경영 목표로 삼고 있다. 농업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 교육 등 사회공헌사업을 적극 진행 중이다.농협은행은 2011년부터 7년 연속으로 은행권에서 사회공헌활동비 지출 규모가 가장 많았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어르신 말벗 서비스와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채움금융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금융회사라는 ‘특기’를 살려 행복채움 금융교실, 1사1교 금융교육, 모두레 어린이 경제·금융교실을 운영한다. 아동·청소년, 노인 등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농협은행은 ‘NH행복채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농업인과 혁신기업, 소외계층의 자립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에 총 4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게 목표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