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굳세게 전진, 시대의 변화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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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이 뛴다
기업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1935년 주요 기업의 존속기간은 90년이었으나 1975년에는 30년, 1995년에는 22년으로 짧아졌다. 최근에는 15년 이하까지 단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경영 여건이 숨가쁘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런 환경일수록 오랫동안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는 장수기업들의 ‘존재감’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착한 기업’에서 ‘100년 기업’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대표적 장수기업 중 하나는 유한양행이다. 이 회사는 올해 창립 94주년을 맞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유일한 박사는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고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찾을 수 있다’며 1926년 유한양행을 세웠다. 1933년 자체 1호 개발품이었던 ‘안티푸라민’을 시작으로 구충제, 피부병약을 만들면서 외국 의약품에 의존했던 한국인의 삶을 바꿔놨다.
1960년대에는 외국의 유명 제약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락희화학(지금의 LG화학)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민간 기업이기도 하다.
유한양행은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재단·학원을 통해 벌이는 장학금, 복지, 교육 사업 등은 많은 한국인에게 기업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조만간 설립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유한양행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 2018~2019년 폐암 치료 신약물질인 레이저티닙을 비롯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네 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은 우리은행 역시 장수기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우리은행의 뿌리는 1899년 1월 30일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다. ‘화폐융통은 상무흥왕의 본’, 즉 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고종황제의 뜻에 따라 황실 자금과 정부 관료, 조선 상인이 납입한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였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평화은행 등의 합병 등을 통해 2002년 지금의 우리은행이 탄생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외환위기 등을 거친 우리은행의 역사에는 한국 현대사가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일찍부터 해외 선진 금융기법 도입을 위해 힘써왔다.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금융회사에 직원을 파견했다. 1968년 국내 은행 최초의 해외지점을 일본에 냈고, 2015년 ‘세계 네트워크 200개’를 달성했다. 올해부터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업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다. 선진국의 기업금융(IB) 시장도 함께 공략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국민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대한민국의 정통 민족은행으로서 혁신 성장기업 투자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더 강해지는 장수기업의 힘
금융권의 또 다른 장수기업인 농협은행은 1958년 설립된 농업은행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100%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민족은행’이자, 도·농 간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휴먼뱅크’라는 점이 농협은행의 자부심이다. 전국 최대 규모인 1100여 개 지점망을 갖췄고, 농촌 지역의 점포 비중도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다. 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에 쓰고 있다. 행복채움 금융교실, 1사1교 금융교육, 모두레 어린이 경제·금융교실 등이 농협은행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이다.
농협은행은 최근 금융권에 불어닥친 ‘디지털 전환’ 열풍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18년 말 내놓은 모바일 앱 NH스마트뱅킹은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로 창사 58주년을 맞는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 굵직한 한국 경제사의 위기를 오뚝이처럼 극복하며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장수 비결은 산전수전 겪으며 쌓은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대형 증권사가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대신증권은 무차입 경영 덕에 힘든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 해외 투자은행과의 협력을 통한 신용보강으로 금융위기도 큰 탈 없이 지나갔다.
대신증권 측은 “재무, 자금, 리스크 부문에서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꾸준히 개선해왔다”며 “이런 한결같은 방침이 오랫동안 회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규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증권을 중심으로 저축은행, 자산운용, 사모펀드, 신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해 탄탄한 금융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착한 기업’에서 ‘100년 기업’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대표적 장수기업 중 하나는 유한양행이다. 이 회사는 올해 창립 94주년을 맞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유일한 박사는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고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찾을 수 있다’며 1926년 유한양행을 세웠다. 1933년 자체 1호 개발품이었던 ‘안티푸라민’을 시작으로 구충제, 피부병약을 만들면서 외국 의약품에 의존했던 한국인의 삶을 바꿔놨다.
1960년대에는 외국의 유명 제약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락희화학(지금의 LG화학)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민간 기업이기도 하다.
유한양행은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재단·학원을 통해 벌이는 장학금, 복지, 교육 사업 등은 많은 한국인에게 기업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조만간 설립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유한양행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 2018~2019년 폐암 치료 신약물질인 레이저티닙을 비롯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네 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은 우리은행 역시 장수기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우리은행의 뿌리는 1899년 1월 30일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다. ‘화폐융통은 상무흥왕의 본’, 즉 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고종황제의 뜻에 따라 황실 자금과 정부 관료, 조선 상인이 납입한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였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평화은행 등의 합병 등을 통해 2002년 지금의 우리은행이 탄생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외환위기 등을 거친 우리은행의 역사에는 한국 현대사가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일찍부터 해외 선진 금융기법 도입을 위해 힘써왔다.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금융회사에 직원을 파견했다. 1968년 국내 은행 최초의 해외지점을 일본에 냈고, 2015년 ‘세계 네트워크 200개’를 달성했다. 올해부터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업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다. 선진국의 기업금융(IB) 시장도 함께 공략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국민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대한민국의 정통 민족은행으로서 혁신 성장기업 투자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더 강해지는 장수기업의 힘
금융권의 또 다른 장수기업인 농협은행은 1958년 설립된 농업은행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100%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민족은행’이자, 도·농 간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휴먼뱅크’라는 점이 농협은행의 자부심이다. 전국 최대 규모인 1100여 개 지점망을 갖췄고, 농촌 지역의 점포 비중도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다. 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에 쓰고 있다. 행복채움 금융교실, 1사1교 금융교육, 모두레 어린이 경제·금융교실 등이 농협은행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이다.
농협은행은 최근 금융권에 불어닥친 ‘디지털 전환’ 열풍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18년 말 내놓은 모바일 앱 NH스마트뱅킹은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로 창사 58주년을 맞는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 굵직한 한국 경제사의 위기를 오뚝이처럼 극복하며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장수 비결은 산전수전 겪으며 쌓은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대형 증권사가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대신증권은 무차입 경영 덕에 힘든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 해외 투자은행과의 협력을 통한 신용보강으로 금융위기도 큰 탈 없이 지나갔다.
대신증권 측은 “재무, 자금, 리스크 부문에서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꾸준히 개선해왔다”며 “이런 한결같은 방침이 오랫동안 회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규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증권을 중심으로 저축은행, 자산운용, 사모펀드, 신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해 탄탄한 금융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