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직장인 최주은 씨(28)는 출근길에 회사 1층 카페에서 지역화폐인 ‘동백전’ 카드로 커피를 산다. 점심을 먹을 때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결제액의 10%를 되돌려받는(캐시백) 혜택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캐시백 혜택으로 무장한 지역화폐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해당 지역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발행해 유통하는 화폐를 말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코로나로 망가진 지역경제, 지역화폐로 살린다고?
동백전 등 ‘10% 캐시백’ 으로 사용자 유입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크게 늘렸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 지역화폐 동백전을 출시했다. 지역 내 영세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결제액의 10%를 돌려준다. 10% 캐시백 혜택은 지난 1월 말까지만 유지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캐시백 혜택에 힘입어 동백전은 지난 1일 기준 가입자 수 29만 명을 넘어서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올해 동백전 발행 규모는 3000억원”이라며 “국비를 지원받아 1조원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에는 4개월간 한시적으로 3조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추가 발행하고 이 중 8%를 국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본예산에서 계획한 발행 규모(3조원)를 6조원으로 두 배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대규모 국비 지원이 이뤄지면서 지자체들은 잇따라 지역화폐를 출시하고 있다. 현재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자체는 전국 193곳으로, 이들이 발행한 지역화폐는 지난해 2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역화폐도 발행하는 데 비용이 든다. 총 발행액의 최대 16% 정도다. 상품권 형태의 경우 인쇄비, 카드·모바일형은 발급 비용과 시설 투자 비용, 제휴 업체 수수료 등이 필요하다. 추경 통과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났던 할인율은 6월까지 모두 10%로 늘어난다. 문제는 지자체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 지자체가 부담하는 지역화폐 발행 비용은 전체 발행액의 최대 8%에 달한다.

지역화폐 3년…경기부양 효과 “글쎄”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각 지자체의 대책도 지역화폐 발행을 늘리는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화폐가 지역 소비를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 예비심사보고서도 “지역화폐 사업이 수행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경기부양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작 가장 필요한 곳에 돈이 뿌려지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대구엔 지역화폐가 없다. 경북 역시 23개 기초자치단체 중 여덟 곳이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경북에서 가장 많은 경산시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결제가 안 되는 것도 단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외출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의 오프라인 일부 상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로 소비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사태가 진정된 뒤 소비가 급격히 몰리면서 ‘오버슈팅(과도한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대책이라지만…

최근 각 지자체는 종이형 지역화폐보다 체크카드 형태의 지역화폐를 발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카드형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1조9085억원으로 종이형(1조1195억원)과 모바일 전용(1249억원)에 비해 컸다. 지자체는 가맹점 확보의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이유로 카드형 지역화폐를 선호한다. 이미 구축돼 있는 카드 결제망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카드형은 일반 체크카드와 마찬가지로 결제액의 1.1% 안팎의 가맹점 수수료가 발생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라면서 지자체가 국비를 지원받아 체크카드 형태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가가치세 면제 등 실질적으로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소비쿠폰 형태로 돈을 뿌리는 건 소비승수가 거의 없다”며 “이보다는 부가가치세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등의 감세정책이 소비 진작과 자영업자 지원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