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입는 20대
꽃자수 카디건·스웨터
앞코가 둥근 구두 등
1970~1980년대 요조숙녀룩 인기
요즘 힙한 스타일? 알록달록 '할매 패션'

서울 중곡동의 빈티지숍 ‘다브앙’에는 가수 현아, 트와이스의 지효 등 20대 연예인들이 종종 찾아온다. 빈티지 주얼리들도 구입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옷’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주로 꽃자수로 수놓은 알록달록한 스웨터 종류가 많다. 현아는 여기에서 구입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린다. 핫핑크 재킷, 몽글몽글 실의 뭉침을 표현한 스웨터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3일엔 아이유도 인스타그램에 빈티지 스웨터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요즘 ‘할매 패션’에 빠진 사람이 많다. 할머니들이 즐겨 입던 옷 같다고 해서 ‘할매 패션’이라고 부르는 빈티지 스타일은 촌스러워보일 수 있지만 ‘복고 열풍’과 맞아떨어져 젊은 층이 찾는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개성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요즘 힙한 스타일? 알록달록 '할매 패션'

‘할매 카디건’이 대표적이다. 꽃무늬 자수가 크게 들어가 있거나, 알록달록 여러 색상을 섞어 짜낸 카디건, 스웨터 등은 연예인들이 복고 패션을 연출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할매 패션’ ‘할머니 카디건’ ‘할머니 스웨터’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인기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소매상들이 늘고 있다. 다브앙은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운영하며 종종 카디건, 스웨터, 원피스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판매한다.

서울 성수동의 빈티지 의류숍 밀리언아카이브도 최근 스웨터 판매로 화제가 된 곳이다. 작년 말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어울리는 스웨터 수천 장을 모아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어글리스웨터’ 코너를 운영했다. 대부분 제품이 품절됐다. 한 장에 3만5000원이라 가격도 쌌지만, ‘나한테 꼭 맞는 빈티지 의류’를 보물찾기하듯 찾아내는 재미가 인기 요인이었다.

인기를 끄는 할매 패션 디자인은 꽃무늬 자수가 들어간 옷, 알록달록 체크나 스트라이프로 여러 색을 섞어 넣은 옷, 물결처럼 색실을 섞어 표현한 스웨터 등이다.

‘할매 스웨터’ 인기는 남들과 똑같은 걸 거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도 연관이 있다. 대량으로 옷을 생산하는 기성 브랜드에서 옷을 사기보다 똑같은 옷이 없을 것 같은 중고 의류 속에서 ‘나만의 옷’을 찾아 입으려는 것이다. 빈티지 의류 쇼핑은 ‘뉴트로’(새로운 복고)가 유행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소녀풍의 복고 패션 인기

요즘 힙한 스타일? 알록달록 '할매 패션'

할매 패션의 또 다른 핵심 아이템은 메리제인 슈즈다. 앞코가 둥글고 발등에 가죽 끈이 달린 메리제인 슈즈는 1900년대 초 아웃콜트의 연재만화 속 주인공 메리 제인이 신은 신발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의 할머니 세대들이 학창시절 교복에 같이 신던 신발이 주로 메리제인 슈즈였다고 해서 할매 패션으로 함께 분류하곤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주로 제품을 홍보하는 ‘더춈미’ 브랜드는 지난해 판매했던 메리제인 슈즈를 찾는 소비자가 많자 최근 이 신발을 다시 판매하기도 했다.

메리제인 슈즈는 소녀풍의 옷을 입을 때 주로 신는다. 귀여워 보이고 발도 작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단화로 어떤 옷에도 편하게 신을 수 있다. 양말이나 스타킹을 어떤 색으로 신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 실용적이라는 후기도 많다. 원피스나 풍성한 치마 위에 빈티지 스웨터를 입고 메리제인 슈즈를 신으면 소녀풍의 빈티지 패션이 완성된다.

알록달록한 스웨터, 메리제인 슈즈 인기는 ‘레이디라이크룩’(요조숙녀룩)과 관련이 깊다. 1970~1980년대 유행했던 레이디라이크룩은 여성스러운 색감의 옷, 풍성한 치마, 귀여운 구두 등이 특징이었다. 최근 3~4년 동안 패션업계를 강타한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에 질린 20대 젊은 층들이 소녀처럼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복고 트렌드가 겹쳐지며 할매 패션을 새롭고 재밌다고 느끼는 젊은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지난해 돌체앤가바나, 베트멍 등 유명 브랜드들의 패션쇼에서 유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즐겨 입는 옷과 비슷한 옷이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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