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과 시중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신입사원 연수를 시작했다. LS전선은 지난달 26~27일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힐링캠프’를 개최했다(사진 왼쪽부터). 농협 신입 직원들은 경기 고양시 인근 화훼농가에서 일손을 도왔다. 지난달 16일 연수를 시작한 KEB하나은행은 신입 행원들을 위해 인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은행의 디지털 전략’ 특강 행사를 열었다. 각사 제공
농협은행이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 관행이나 규제를 없애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든다. 미국, 영국을 시작으로 한국까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규제 샌드박스를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해보겠다는 얘기다. ‘NH규제샌드박스위원회’라는 전담 조직도 꾸리기로 했다.“디지털 우수 직원엔 파격 보상”이대훈 농협은행장(사진)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새로운 산업과 기술,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NH규제샌드박스위원회 운영 계획을 밝혔다.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보수적인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NH규제샌드박스위원회에 특례 신청을 하면 최대 10영업일 이내에 안건 상정 절차를 거친다. 이 행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들이 심의를 통해 △현행 유지 △조건부 유예 △시험적 예외적용 △규제 폐지 등의 의사결정을 한다.이 행장은 경영 목표로 ‘디지털 금융 초(超)격차’를 꼽았다. 그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출범하고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되면 디지털 금융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며 “새해엔 업무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분야에 투입하면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주업무로 하는 ‘올원 셀(cell)조직’도 신설했다. 이 행장은 “디지털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인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성과 보상을 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올원뱅크, NH스마트뱅킹 등 기존 플랫폼에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단순 ‘은행 앱(응용프로그램)’이나 ‘금융 앱’을 넘어설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며 “생활밀착형 특화 서비스와 통합결제 시스템 등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 등 디지털 금융에서의 새 수익원도 만든다는 구상이다.호주·홍콩지점 개설…WM 사업 도전글로벌 사업도 중요 사업 과제로 꼽았다. 이 행장은 “해외 진출이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2020년에는 호주 시드니지점과 홍콩지점을 개설하는 등 해외 사업기지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확장할 국가는 6개국이다. 중국 베이징사무소, 베트남 호찌민사무소, 인도 뉴델리사무소는 지점으로 확대 전환하고 미얀마 양곤에도 사무소를 열기로 했다. 이 행장은 “해외 사업은 아시아핵심벨트(베트남·미얀마·중국·인도), 선진금융시장(미국·홍콩·호주·유럽), 차세대 미래시장(캄보디아) 등 세 개 축으로 구분해 권역별 특성에 맞게 기반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농업국가를 중심으로 농협은행의 강점인 농협금융 노하우를 발휘하면 승산이 크다고 본다”며 “농기계 금융사업 등 특화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접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자산관리(WM) 사업을 강화하는 데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 부동산, 세무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한 WM 전문조직을 출범한다. 이 행장은 “그동안 서민금융 이미지가 강해 WM 분야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며 “WM 인력을 확충하고 영업 채널을 확대해 WM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일부 지역에 WM 특화점포를 시범 도입해 새 개인종합자산관리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이 행장은 내년 경영전략을 압축하는 사자성어로 ‘시원예구(視遠豫具)’를 꼽았다. 미래를 대비해 멀리 내다보고 준비한다는 뜻이다. 순이익 목표는 1조5050억원으로 잡았다. 1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 올해 순이익보다 많은 수준이다. 일부 시중은행이 내년 경영환경을 감안해 순이익을 낮춰잡은 것과 다른 행보다. 이 행장은 “꾸준히 수익을 올리면서 ‘성공 경험’을 직원 모두와 공유하겠다”고 말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 사이에서 사회공헌을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와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사회적 기여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김종대 인하대 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소장)는 최근 ‘2019 지속가능경영 통합학술대회’에서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사회 진보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이제 선진국형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하는 시대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사회갈등과 외부효과에 따른 사회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 모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회공헌 지출 연 2조6000억원1960년대 미국에서 ‘사회적 책임(CSR)’ 개념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 고용을 확대하고 세금을 더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에 인격을 부여해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지우는 ‘기업 시민’이 대두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사회적 책임이 기업 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의미다.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은 ‘공유가치 창출(CSV)’로 진화하고 있다. 각종 사회 문제를 기업마다 제각각인 원천 사업과 연계해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CSR이 사후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개념이라면 CSV는 시장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사회공헌 지출액은 작년 기준 2조6061억원에 달했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설문 응답 기업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기업 등 20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년도(2조7244억원) 대비 4.3% 감소했지만 2016년(2조948억원)에 비해서는 24.4% 증가한 규모다.작년 기업당 평균 지출액은 12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138억원)보다 8.1% 감소했으나 2016년(107억원)보다는 18.4% 늘었다. 분야별 지출을 보면 ‘취약계층 지원’이 37.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교육·학교·학술이 14.7%, 문화예술·체육 11.0%, 창업 지원 10.9% 등의 순이었다.○새 트렌드는 ‘업그레이드’전경련 보고서는 새로운 사회공헌 트렌드를 ‘업그레이드(U.P.G.R.A.D.E)’로 제시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연계(UN SDGs), 사회문제 해결(Problem-solving), 환경 친화적 경영과 사회공헌활동(Green), 이해관계자 관계 개선(Relationship),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 분석(Analysis), 다양한 기부 플랫폼 마련 및 활발한 기부(Donation), 미래 인재를 위한 교육 사회공헌(Education)을 결합한 신조어다.이런 흐름에 따라 스타트업 육성과 창업가정신 교육 활동이 종전보다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공간, 자금,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자립 기반을 다지도록 돕는 한편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예컨대 삼성전자는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업 지원금 및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다. 또 연구개발(R&D) 캠퍼스에 있는 전용 업무공간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H-온드림 사회적 기업 창업오디션’을 통해 초기 및 성숙기의 유망 벤처를 선발해 지원금과 창업 교육, 투자유치 행사 등을 제공한다.전경련은 채용 과정에서도 이런 추세가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채용 계획 수립 단계부터 각 지역사회 취업률을 고려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 꾸준한 구직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공채를 상·하반기에 나눠 진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경련 관계자는 “오랜 기간 노하우가 쌓이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질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선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삼성전자·한국가스공사 등 앞장세계 기업의 평균 수명은 13년에 불과하고 30년만 지나면 80%는 사라진다는 게 통설이다. 그만큼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 및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삼는 추세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가 수년 전 발간한 국가혁신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혁신 키워드 중 하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변화’다.민간기업뿐만이 아니다. 공기업들도 사회적 가치 구현을 경영 목표의 상단에 올려놓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사회적 공헌이 기업 명암을 가르고 있다. 평가 점수(100점) 중 사회적 가치 관련 배점만 30점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안전경영 등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 점수(22점)에다 노사관계(5점), 직원들의 삶의 질 제고(1점) 등을 합한 수치다.삼성전자 농협 효성그룹 한국가스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은 지역상생, 벤처 생태계 유지,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 확대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기업이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