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주요 그룹 인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여성 인재의 약진’이었다. 포스코 제철소 현장 첫 여성 임원부터 LG전자 최초의 디자인 임원까지 다양한 여성 인재가 발탁됐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최초의 역사’를 쓴 두 사람에게 승진 비결과 새해 포부를 들어봤다.
포스코 제철소 첫 여성 임원 김 희 철강생산기획그룹장
포스코 제철소 첫 여성 임원 김 희 철강생산기획그룹장
‘머리 긴 남자’라고 불리는 제철소 직원이 있었다. 포스코 제철소 현장 첫 여성 임원인 김희 철강생산기획그룹장(상무·52) 얘기다. 그가 여성 공채 1기로 입사한 1990년 제철소는 남자들만의 일터였다. ‘용광로 앞에 여자가 있으면 재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를 멀리서 본 상사가 ‘머리 긴 남자’라고 오해했던 것도 이런 편견 때문이었다. 제철소에 여자가 있을 리 없다는 것.

김 상무는 “현장에 작은 일이 생겨도 새벽부터 달려가는 등 치열한 노력 끝에 동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조공정 혁신을 통한 원가관리가 김 상무의 주특기다. 1997년부터 생산관제 업무를 도맡아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경험이 있다. 그는 불량률을 낮추는 품질혁신 운동인 식스시그마 전문가다. 2005년 아시아 지역 여성 중 처음으로 식스시그마 최고등급 전문가인 ‘MBB’ 자격을 땄다. 이후 개발된 포스코식 식스시그마 ‘QSS’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새해 포부를 묻자 김 상무는 “생산 효율성과 안정적인 품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특히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답은 현장과 직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리더는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 얘기를 잘 들어주면 아이디어는 저절로 나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광양제철소에서 혁신담당 과장을 맡았던 2006년 제철소 직원들의 제안 건수가 월 4000건에서 8000건으로 늘었던 이유다. 광양제철소가 그해 1조원 넘게 원가를 아낀 것도 이들의 제안 덕분이었다.

올해도 철강 경기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김 상무는 “쥐는 악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낸다”며 “재치있는 쥐의 성격을 배워 저원가·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제철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