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부산에 있는 스마트폰 메인기판(HDI) 생산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진 데다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면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스마트폰 기판 생산라인 베트남 이전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의 HDI 생산 설비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 연내 설비를 모두 이전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기 기판의 주요 생산 기지는 중국 쿤산이지만 인건비 절감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베트남으로 설비를 이전하기로 했다.

HDI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과 회로를 모아놓은 메인 기판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HDI의 경우 일본, 대만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에 뛰어들면서 단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등록된 HDI 벤더만 10곳이 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HDI 사업이 속해 있는 삼성전기 기판솔루션사업부는 2014년부터 적자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HDI 사업을 아예 정리한다. 생산 설비가 있는 충북 청주공장을 연내 폐쇄할 계획이다. 청주공장에 있는 설비와 일부 인력은 반도체용 기판 사업을 하는 경북 구미공장으로 옮긴다. LG이노텍의 올 상반기 글로벌 HDI 시장 점유율은 1.3%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2.7%에서 반토막 났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HDI 사업 정리 작업에 나선 것은 국내 중소·중견 기업과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HDI 평균 판매 가격은 각각 전년 대비 16.8%, 9.2% 하락했다.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HDI가 탑재되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7년 15억800만 대로 고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어 올해 13억9000만 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HDI 생산 기업의 주요 고객사인 국내 스마트폰 업체 점유율과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국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LG전자는 경기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했다.

고재연/황정수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