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한 내외관, 주행성 향상 돋보여

랜드로버 이보크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48년까지 거슬러 오르는 디펜더, 1970년에 태어난 레인지로버, 1989년에 데뷔한 디스커버리에 비하면 2011년생 이보크는 어린이 수준이다. 그러나 랜드로버 디자인에 미친 영향은 그 어떤 차보다 강렬하다. 첫 등장 이후 브랜드의 모든 제품이 이보크의 정체성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랜드로버가 국내에 출시한 2세대 역시 1세대 특징들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물론 흐름을 따르면서 말이다.

[시승]조용한 변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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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상품성
새 이보크의 외관은 "부분변경 아냐?"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구형과 큰 차이가 없다. 굳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건드릴 이유가 없어서다. 차체 크기 역시 이전과 비슷하다. 전면부 또한 구형과 마찬가지로 그릴과 헤드 램프를 하나로 묶었다. 육각형이 이어지는 듯한 패턴 속 랜드로버 엠블럼에서 영국 특유의 위트가 느껴진다. LED로 가득 채운 헤드 램프는 그릴 테두리를 살짝 파고들어 날렵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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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은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모양이다. SUV의 특징이랄 수 있는 휠하우스 몰딩뿐 아니라 도어핸들까지 감췄다. 펜더와 도어를 잇는 장식은 여전하다. 차체에 비해 큰 바퀴와 시원스럽게 뻗은 캐릭터라인, 빵빵하게 부풀린 펜더에서 역동성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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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는 레인지로버 벨라의 듀얼 테일 램프 디자인을 이식했다. 양쪽 램프를 잇는 패널은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검게 처리했다. 높은 지상고를 강조하는 범퍼 디자인은 길이 아닌 곳도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을 준다. 실제 도강능력은 전 세대보다 10㎝ 깊은 60㎝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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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1세대 수평형 레이아웃의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내용은 많이 다르다. 곳곳을 디지털화한 분위기다. 특히 터치 스크린을 적극 활용, 예전보다 버튼 수를 줄였다. 센터페시아에 마련한 2개의 10인치 스크린은 각각 AVN 모니터, 공조 및 차체제어 등의 기능을 한다. 스크린 뒤편으로는 작은 수납공간을 준비해 공간활용도를 높였다. 모니터화한 12.3인치 계기판은 세 가지 그래픽 형태를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은 구형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각종 버튼의 마감을 달리해 차별화했다. 변속레버는 일반적인 스틱 형태로 바꿨다. 구형의 다이얼 형태를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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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는 높은 좌석 위치, 넉넉한 공간감의 전형적인 SUV 스타일이다. 시트는 컴팩트 SUV답게 크진 않다. 착좌감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지만 이내 적응됐다. 넉넉한 뒷좌석 공간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새 PTA 플랫폼을 바탕으로 휠베이스를 21㎜ 늘렸지만 체감하긴 어렵다. 천장은 열리지 않는 파노라마 선루프로 꾸몄다.

트렁크룸의 적재공간은 기본 591ℓ를 제공한다. 뒷좌석은 4대2대4 비율로 접을 수 있다. 모두 접으면 1,383ℓ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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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엔진은 재규어랜드로버의 주력인 디젤 2.0ℓ 터보를 얹었다. 최고 180마력, 최대 43.9㎏·m를 낸다. 화끈하진 않지만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선 만족스럽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효율 중심의 설정 때문인지 급가속할 경우 주춤거히는 성향을 보인다. 변속기는 ZF 9단 자동을 조합했다. 역시 효율에 초점을 맞춘 분위기로 기어를 바꾼다.

이보크에 탑재한 파워트레인의 특징은 국내 판매중인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전압을 12V에서 48V로 높여 전자장치에 쓸 전력과 구동에 필요한 잔여 전력을 확보해 효율을 높인다. 그러나 효율 향상 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다. 단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완성차회사로선 가격대 가치가 높은 방법으로 꼽힌다. 회사가 밝힌 효율 개선율은 5%, 인증 효율은 11.9㎞/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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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에 집중한 승차감은 새 플랫폼과 섀시의 조율로 한층 세련된 느낌이다. 노면을 읽어 나가되 거슬리는 충격은 알아서 지운다. 몸놀림은 4WD답게 언더스티어 성향을 갖고 있다. 소음, 진동 대책은 조금 아쉽다. 후드, 도어 내부에 흡음재를 아낌없이 쓰긴 했지만 디젤 엔진의 밸브 노이즈까지 숨길 순 없다.

랜드로버의 전매특허인 전지형 대응 4WD 구동계 '터레인 리스폰스2'는 다이내믹, 에코, 컴포트, 잔디밭/자갈길/눈길, 진흙 및 요철, 모래, 암반 저속주행 등 일곱 가지 주행모드와 자동 설정을 제공한다. 기능을 써보기 위해 짧은 비포장로에 진입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구동력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은 미끄러지는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의 안정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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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새로운 이보크는 화려한 변신보다 기존 제품력을 조용히 숙성시킨 수준의 쇄신을 이뤘다. 브랜드 정체성을 함축한 제품인 만큼 과하지 않은 적당한 진보를 이룬 셈이다. 누군가는 반가워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쉬워할 변화다. 만약 아쉽다면 지난 8년동안 이보크의 매력에 중독된 탓인지 모른다. 새차의 판매가격은 6,710만~8,120만 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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