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푀유 나베’라는 요리가 있다. 일본식 전골로 얇게 썬 소고기와 배추를 한 장씩 쌓아 일정하게 자른 뒤 냄비 안에 꽃 모양으로 세워 넣는다. 그 안에 각종 버섯과 채소, 육수 등을 넣어 끓여 먹는 요리다. 밀푀유 나베는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20만 건 이상 게시물이 올라왔다. 밀키트 회사들이 앞다퉈 밀푀유 나베 메뉴를 내놓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1만원대(2인 기준)면 손질한 재료가 집까지 배송돼 5분만 끓이면 밀푀유 나베를 완성할 수 있다.

소비자 입맛이 고급스럽게 변하고, 동시에 간편한 식사를 원하는 트렌드 덕에 밀키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에 국내 1위 종합식품기업 CJ제일제당까지 뛰어들었다. GS리테일, 현대백화점, 한국야쿠르트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CJ제일제당도 가세…판 커지는 밀키트 시장
밀키트 성장의 3대 이유

CJ제일제당은 23일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공개했다. 김경연 CJ제일제당 온라인사업담당 상무는 “쿡킷을 3년 내 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쿡킷은 15개 메뉴를 4주 동안 판매하면서 매주 세 번씩 제철 신메뉴를 내놓을 계획이다. 스키야키, 갈치조림, 눈꽃치즈닭갈비 등을 시작으로 멍게새싹비빔밥, 태국식 쿵팟풍커리 등을 추가하며 200개 메뉴를 갖추기로 했다. 주요 제품 가격은 해산물순두부찌개(3인분) 1만4800원, 스키야키(3인분) 2만4800원, 찹스테이크(2~3인분) 2만8800원 등이다.

밀키트 사업은 2016년 프렙, 닥터키친 등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시작했다. 2017년 GS리테일과 한국야쿠르트 등이 가세해 판을 키웠다. 이후 현대백화점, 롯데마트, 갤러리아백화점, 동원홈푸드 등이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의 가세는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며 200억원대인 시장을 올해 400억원까지 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밀키트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1인 가구 증가 때문이다. 신선식품을 대량 구매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사먹는 주소비층이다. 또 주부들은 약간의 조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공장 가공식품을 먹는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소비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직접 조리하는 재미와 간편성, 수준 높은 맛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대기업 ‘배송 벽’ 넘을까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회사들은 그동안 냉장·냉동 간편식에 집중했다. 신선한 재료를 문앞에 배달해야 하는 ‘배송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한국야쿠르트와 동원홈푸드는 각각 ‘야쿠르트 아줌마’의 배송 네트워크와 ‘더반찬’의 새벽배송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밀키트 시장에 일찍 뛰어들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은 새벽 배송을 위해 CJ대한통운을 활용하기로 했다. 주문은 6월까지 CJ온마트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서 받고 7월부터 쿡킷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현재 서울·인천·경기지역의 약 80%에 새벽배송이 가능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어떤 회사가 ‘맛집의 맛’을 제품에 제대로 옮겨놓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셰프박스’,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 등은 애초 백화점 주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는 것을 콘셉트로 출발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원조인 마켓컬리도 ‘컬리 블랙’이라는 브랜드로 고급 요리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잇츠온 브랜드를 차별화하기 위해 유명 스타 셰프들과 손잡았다.

■밀키트

손질한 식재료와 레시피가 담긴 식사용 키트다. ‘쿠킹 박스’로도 불린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한 뒤 끓이거나 볶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밀키트는 넓게 보면 가정간편식(HMR)에 포함된다. HMR은 포장 상태를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과 간단한 조리가 필요한 제품으로 나뉜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