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1996~1981년생)가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전체 인구의 21%(1098만 명)를 차지하는 이들이 소비시장에서 미치는 파워는 온라인 세계를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와 현대아울렛 6개 점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매출 증가율은 9.9%에 달했다. X세대(1965~1980년생·3.2%),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2.5%)보다 3~4배 더 높은 증가율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은 3년째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6년 5.8%, 2017년 7.1%를 기록했다. 이 기간 다른 세대의 매출 증가율은 0.8~2.5%에 그쳤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온라인 채널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이들이 기존 유통채널에까지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균 성균관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는 기본적 욕구보다 더 다양한 가치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한다”며 “밀레니얼 세대가 그 선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경험 중시' 밀레니얼 소비 40~50대로 확산

'쇼핑 큰손'으로 뜬 밀레니얼 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정보 검색에 능해 ‘스마슈머(스마트+컨슈머)’로도 불린다. 각종 타임세일과 온라인 최저가를 찾아다니는 세대다. 명품 브랜드와 희소성 있는 상품의 정보가 많은 이들은 새로운 경험과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비 세대’로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유통 공간을 혁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경험과 공간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일부 점포 1층과 2층을 과감하게 맥주펍과 키즈카페 등으로 바꿨다. 현대백화점은 ‘스토리워킹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전 연령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찌, MSGM, 오프화이트, 골든구스 등의 패션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2010년부터 5년 연속 매출이 20%씩 줄던 명품 브랜드 구찌는 과감한 색상과 큰 로고 등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 명품과 차별화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지지로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명품 브랜드로 변신했고, 구매층은 20~30대에서 40~50대까지 확대됐다. 낡고 더러운 것처럼 보이는 스니커즈로 유명한 골든구스도 한 켤레에 20만~40만원에 이르지만 불티나게 팔린다.

롯데백화점은 명동 본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지난해부터 밀레니얼 세대에 인기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환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프화이트 등이 입점하자 일반 명품 브랜드 매장이 있을 때보다 10~20대 방문자가 10~20배 더 늘었다”며 “올해도 새로운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