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내 경기를 보는 시각이 점차 비관론 쪽으로 바뀌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경기 개선이 둔화하고 있고, 증가세에 있는 수출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으로 하방 위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DI는 7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해지고 있다”며 “부진한 투자와 완만해지는 소비 개선 추세가 전반적으로 경기 개선 추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 5월 경제동향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한 이후 점차 부정적인 뉘앙스로 조정하고 있다. 6월에는 “대체로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지난달에는 “경기 개선 추세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에는 ‘완만’ 대신 ‘제약’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보다 ‘경기 신중론’으로 돌아선 듯한 진단을 내렸다.

점차 '경기 비관론'으로 기울어지는 KDI
KDI는 광공업 생산이 감소로 전환하고 서비스업 생산의 증가율도 낮아지는 등 생산 측면의 개선 추세가 미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5월 1.2% 증가했던 광공업 생산은 6월 0.4%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했지만 자동차(-8.2%), 기계장비(-7.8%) 등이 부진했던 탓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정보통신(-1.5%), 전문과학 및 기술(-1.4%) 등의 분야 감소로 전월(2.3%)보다 축소된 1.7% 증가에 그쳤다.

소비 개선 추세도 완만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소매판매액지수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전월(4.5%)보다 소폭 낮아진 4.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달 설비투자지수는 기계류(-18.3%)가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13.8% 낮아졌다.

수출은 6월 0.2% 감소했다가 7월 6.2% 증가로 전환했다. KDI는 그러나 “5월 세계 교역량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도 기준치를 소폭 밑돌았다”며 “미·중 무역분쟁 등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