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등록 안해도 과세 체계 갖춰…3주택부터 과세 확대할 듯
간주임대료 비과세 대상 축소…전세끼고 구입하는 '갭투자' 위축 전망


정부가 30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출범 이후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투명성, 형평성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대폭 반영된 것이다.

특히 주택 임대사업자와 미등록 사업자에 대한 과세 차이를 확대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사실상 사각지대였던 주택 임대소득자에 대해 적극적인 과세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는 국토교통부의 건축물대장, 국세청의 월세세액공제, 행정안전부의 재산세 등 임대시장의 각종 정보를 통합하는 임대시장 통합정보망을 구축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이 경우 대법원·행정안전부의 전월세 확정일자 정보와 연계해 개인의 임대소득을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과세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특히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주택보유 및 등록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과 정기적으로 공유해 과세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내년부터 그동안 비과세였던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지는 것을 계기로 3주택 이상자들부터 미등록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다주택자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 2천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자라도 내년부터는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등록 여부에 따라 납부 금액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 주택임대소득이 2천만원으로 분리과세 대상인 경우 내년부터 8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7만7천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임대등록을 하지 않으면 123만원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에 따라 임대소득세가 16배가량 차이나는 것이다.

다만 주택임대소득 계산시 기본공제 400만원(등록), 200만원(미등록)을 받는 대상은 종합소득금액이 2천만원 이하 대상자만 가능하다.

만약 연봉 3천만원 이상 급여소득자가 8년 임대사업등록을 했을 때는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어 임대소득 2천만원 기준 8년 임대로 등록하면 임대소득세가 23만1천원, 미등록자의 경우 6.7배 많은 154만원이 부과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사업 등록자와 미등록자간 임대소득세 부담 격차가 크기 때문에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은퇴후 다른 소득이 없는 고령자일수록 많이 등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특히 자본이득(시세차익)이 큰 아파트보다는 임대소득 획득이 목적인 다가구, 다세대주택 쪽에서 임대사업 등록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PWM도곡센터 이남수 PB팀장은 "양도소득세 중과로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도 어렵고 종합부동산세도 크게 오르기 때문에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주택은 적극적으로 임대주택 등록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전산망 통합으로 임대등록을 하지 않은 다주택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과세가 이뤄진다면 임대등록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을 확대함에 따라 앞으로 갭투자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부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이고 1호(또는 1세대) 주거용 면적이 60㎡ 이하인 '소형 주택'은 그동안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내년부터는 2억원 이하·40㎡ 이하로 각각 낮출 예정이다.

이 경우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인기 지역의 아파트는 상당수 간주임대료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월세가 아닌 전세를 놓더라도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아무래도 전세를 낀 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부장은 "다만 간주임대료는 통상 전세보증금 합계가 12억원 이상인 경우 부과되고, 간주임대료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서울은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정도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과세 대상이 될 것"이라며 "어차피 보증금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전세를 소득이 나오는 월세로 돌리면서 소형주택의 월세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들의 경우 임대소득세 혜택은 받을 수 있지만 양도소득세 중과·종부세 합산 배제 등의 혜택은 없기 때문에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고민이 많을 전망이다.

또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건강보험료 등 다른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그간 자녀 등 직장인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던 주택 임대소득자의 불만이 확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혜택을 확대하고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남수 PB팀장은 "정부가 지난해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주택 임대사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지만 매년 보험료가 인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혜택으로 보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며 "임대사업 등록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 의료보험가입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강북지역의 경우 전용면적 85㎡는 물론, 67㎡의 소형주택도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이 늘고 있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인상)에 따라 6억원 초과 주택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대등록 혜택의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