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美 톱10에 드는 우량 의약품社 품었다
SK(주)가 12일 미국 원료의약품 수탁생산·개발업체(CDMO)인 앰팩 인수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업계에선 SK(주)가 거느린 바이오·제약부문 100% 자회사들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시장은 연평균 4%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상위권 CDMO 기업들은 연 16%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

SK그룹(회장 최태원·사진)은 1993년부터 바이오·제약사업에 도전해 20년 이상의 연구개발(R&D) 경험이 있다.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앞두고 있다. 세노바메이트가 정식 출시되면 미국에서만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SK바이오텍도 세노바메이트의 생산 업무를 맡으면 매출이 늘어난다. 여기에 앰팩 인수까지 마무리하면 SK(주)는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에 원료의약품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SK(주), 美 톱10에 드는 우량 의약품社 품었다
◆우량기업 인수해 미국 진출 교두보 마련

앰팩은 미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우량 원료의약품 CDMO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20년 넘는 파트너십을 맺고 고도의 기술력과 품질 관리를 요하는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글로벌 연매출 10억달러 이상) 신약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생산 권리도 다수 보유했다. 이 같은 실력을 바탕으로 앰팩은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SK(주) 관계자는 “앰팩 생산시설은 미국 FDA가 검사관 교육장소로 활용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며 “미국의 의약품 생산 규제를 충족하는 동시에 제품 안전성과 고객 신뢰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책이 자국 내 소비되는 의약품의 수입을 규제하고 자국 생산을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미국에 있는 핵심 고객사들의 요구를 맞추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신생 제약사들과도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가 FDA 승인을 받으면 생산은 SK바이오텍이 맡는다. 미국 정책 기조에 따라 앰팩 생산시설에서도 세노바메이트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원료의약품 생산체계 구축

1998년부터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온 SK바이오텍은 대전과 세종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을 인수했다. 현재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생산하는 원료의약품 규모는 연간 40만L다. 여기에 앰팩 생산 규모 60만L를 더하면 연간 100만L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증설을 통해 2020년께 생산 규모를 글로벌 최상위권인 160만L로 늘린다는 것이 SK(주)의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소비자들은 의약품을 선택할 때 어디서 생산된 약품인지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며 “현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은 당뇨·간염치료제용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업계에서의 신뢰를 쌓았다.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한 저온연속반응 기술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SK(주)는 SK바이오텍의 아시아·유럽 생산시설과 앰팩의 R&D, 생산, 마케팅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종합제약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SK(주)는 2022년 기업가치 10조원의 글로벌 최선두권 CDMO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장동현 SK(주) 사장은 “바이오·제약은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라며 “앰팩의 탁월한 개발 및 생산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