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유기EL(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일본식 표현) 공장을 중국에.’

지난해 7월26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1면 톱기사 제목이다. 일본 기업들이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대형 OLED 공장을 중국 광저우에 짓는 것은 일본 산업계에도 큰 충격이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공장 건설과 관련된 중국 지방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다. 광저우시 정부는 OLED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를 무상 임대한 것은 물론 전력 및 상·하수도 시설도 제공했다. 전체 투자금 7조4000억원 중 30%인 2조2000억원가량은 산하 공기업을 통해 투자했다. 반면 한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지으려면 공장 부지 확보를 위한 토지 수용부터 전력 확보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았다. “광저우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한국 대비 3조원 이상 투자 및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 2013년 OLED 패널 본격 양산 이후 관련 누적 손실이 3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 LG디스플레이로서는 외면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지난해 북미에 세계 1위를 빼앗기긴 했지만 2011년 이후 세계 최대 규모를 유지해온 중국 TV시장을 감안해도 광저우 공장은 절실했다. 중국 스카이워스와 하이센스 등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제조하는 OLED TV는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광저우 공장이 예정대로 설립된다면 폭발적인 현지 수요를 견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시안에 3차원(3D) 낸드플래시공장, 삼성디스플레이가 쑤저우에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지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지에서는 지원 혜택만 누리고 기술 이전은 기대에 못 미치는 한국 기업에 중국이 실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리한 요구는 이 같은 실망의 연장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