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혐의' 함영주 하나은행장 구속될까?…국민·신한은행 '촉각'
'검찰의 사정 칼바람은 어디로 향할까?'

검찰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채용비리 혐의로 얼룩진 은행권이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특히 현직 회장이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된 KB국민은행과 뒤늦게 의혹이 불거진 신한은행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는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전날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함 행장을 채용비리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24일에는 하나금융 사장 출신인 최흥식 전 금감원장을, 29일에는 김정태 KEB하나금융지주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현직 은행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은행권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업계 안팎에선 채용비리 관계자들의 검찰 소환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관련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비리 이슈가 크긴 했지만 검찰이 현직 은행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막바지 단계라고 생각했던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함영주 행장의 구속 수사 여부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직접 연루돼 있고, 신한은행은 뒤늦게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에 채용비리 3건이 적발됐는데 이 중 윤 회장의 종손녀(친누나의 손녀)가 포함돼 있다.

윤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 했지만 2차 면접에서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경영지원그룹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 등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월 윤 회장의 자택과 인사담당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 모씨, 국민은행 전 부행장 이 모씨, KB금융지주 인사 부문 상무 권 모씨는 구속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채용비리) 논란에 휘말려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겸허하게 수사 결과 지켜보면서 입장을 최대한 소명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작년 12월 금감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에서 비리행위가 적발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초 전·현직 임원 자녀들의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졌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신한생명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총 22건의 특혜채용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한은행과 신한생명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을 집중 수사 중이다.

최근 신한은행 노조는 채용비위 관련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며 "검찰 조사결과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와 관련된 엄중한 처벌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함 행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내달 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