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진에어·한국공항·인하대 등 직원 참석…일반시민도 동참
"조양호 OUT" 등 피켓·구호 등장…3·4차 집회 예고
빗속에서도 촛불 켠 대한항공 직원들… 그룹 계열사 '총출동'
대한항공 직원들이 12일 저녁 비가 내리는 가운데 두 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많은 비가 내린 탓에 집회 규모는 첫 번째 집회보다 다소 작아졌지만, 진에어와 한국공항, 인하대 등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참석해 외연은 더 넓어졌다.

직원들은 집회 개최를 위한 모금을 이어가며 3·4차 집회도 예고하고 있어 총수 일가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장기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서울역 광장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촉구하는 한진 계열사 직원 300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1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저항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을 썼다.

집회 내내 거센 비가 쏟아졌지만, 꺼지지 않는 LED 촛불 등을 가져와 손에서 놓지 않았다.

포크스는 가톨릭 탄압에 항의해 1605년 영국 의회를 폭발시키려다 발각된 인물로, 체제 전복을 위해 싸우는 내용의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소재가 되면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포크스 가면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신분을 감추기 위한 마련한 자구책 성격이 더 짙다.
빗속에서도 촛불 켠 대한항공 직원들… 그룹 계열사 '총출동'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직원뿐 아니라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과 가족, 일반시민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을 계기로 드러나기 시작한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가 계열사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총수 일가 퇴진 주장에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고 했다.

진에어 직원들은 현장에서 진에어 관련 피켓을 들었고,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 포크스 가면을 쓴 인증샷 등을 올리며 이날 집회 참석 사실을 알렸다.

한진 계열사인 한국공항 직원은 연단에 올라 인력 감축과 불법 하도급 등 부당 경영 행위가 계열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인하대 동문도 집회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조 회장 일가가 기업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갑질 경영'을 하며 3대 세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인하대의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조양호 회장의 선친 조중훈 회장이 1968년 인수한 학교로, 조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고,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이사로 있다.

집회에는 부산 등 지방에서 올라온 직원도 눈에 띄었다.

익명 채팅방에도 지방에서 동료들과 함께 KTX를 타고 올라와 집회에 참석했다가 내려간다는 글이 인증샷과 함께 올라왔다.

일부 직원은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하며 발언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마이크를 잡고 이들을 격려했다.

최근 양성종양 수술을 받고 쉬다 업무에 복귀한 박창진 사무장이 1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사회를 봤다.
빗속에서도 촛불 켠 대한항공 직원들… 그룹 계열사 '총출동'
박 사무장은 주최 측이 마련한 호소문을 대독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재벌 갑질로부터 직원을 보호할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노동법을 개정해 사기업인 항공사가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에서 철회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사정 기관을 향해 "조씨 일가의 폭력과 불법, 밀수, 부당 내부거래 등 혐의를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날에는 경찰·검찰·관세청·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법무부 소속 출입국관리소까지 나서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조 회장 일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한진 총수 일가는 수사 기능이 있는 거의 모든 정부 기관이 달려들어 연쇄적 수사로 사면초가에 빠진 처지다.

한진 계열사 직원들은 이날 집회를 마치면서 3차 집회도 예고했고, 조만간 정확한 일정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 모금을 통해 이미 3천500만원 넘는 집회 자금을 모아 음향 장비 대여, 피켓, 마스크 구입 등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