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조사…中企 73% "최저임금 인상이 제조원가에 영향줄 것"
中企 58% "지난해 제조원가 올랐다"…납품단가 인상은 17%에 그쳐


선박부품업체 A사와 거래하는 대기업 B사는 경쟁입찰할 때 공급업체 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단가를 인하한다.

최저가를 써낸 1위부터 3위까지 물량을 주겠다고 해서 3곳을 선정한 다음 모든 업체에 동일하게 최저가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A사는 지난해 이런 방식으로 두 차례나 단가를 20∼30% 낮춰 납품해야 했다.

원단생산업체 C사는 원부자재 비용과 인건비가 많이 올랐지만 20년 전과 같은 단가에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가장 낮은 단가를 언급하며 여기에 맞춰달라는 대기업의 횡포 때문이다.

C사 대표는 계속되는 경영 악화로 폐업 위기에 놓였지만 당장 문을 닫을 수 없어 빚을 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가스제조업체 D사와 거래하는 대기업은 특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D사가 단가 인상을 요청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료를 요구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3월 대기업과 하도급거래를 하는 중소제조업 504개사를 대상으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런 납품단가 불공정행위가 있었다고 10일 공개했다.

조사 대상기업의 57.7%는 지난해 제조원가가 전년보다 올랐다고 답했다.

반면 납품단가가 인상됐다는 업체는 17.1%에 그쳤다.

제조원가 중 재료비, 노무비, 경비가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각각 56.6%, 27.0%, 16.5%로 조사됐다.

섬유·의류(33.2%), 조선(30.2%) 업종의 노무비 비중은 다른 업종보다 높았다.

항목별로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가 상승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각각 53.0%, 51.8%, 35.3%로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단가 중 재료비, 노무비, 경비 인상이 있었다고 답한 업체는 각각 16.3%, 13.1%, 9.5%로 전년보다 2.8%∼11.9%포인트 감소해 중소제조업체가 느끼는 원가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원사업자로부터 부당한 단가 인하를 경험한 업체는 12.1%로 전년(14.3%)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섬유·의류 업종은 평균보다 2배 높은 21.6%로 나타나 납품단가 불공정행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사업자가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방법은 '경쟁업체와의 가격경쟁 유도'(34.4%)가 가장 많았고, '추가 발주를 전제로 단가를 인하'(23.0%)가 그 뒤를 따랐다.

응답 기업의 72.6%는 최저임금 인상이 제조원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업체 중 제조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는 37.2%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제조원가 인상이 납품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되려면 '원사업자의 자발적 인식변화를 통한 공정원가 인정문화 확산'(48.4%)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적정한 납품단가가 보장될 때 중소제조업체도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혁신을 할 수 있다"며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공정거래 문화를 정착하고, 정부는 납품단가 반영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경쟁 유도로 단가 낮춰" … 대기업 납품단가 불공정횡포 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