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연내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초소형 LED칩을 기판에 심는 전사 공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규모 TV 생산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회장은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이크로 LED TV를 포함한 디스플레이업계 이슈와 LG디스플레이의 올해 경영계획을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도 먼 미래를 겨냥해 마이크로 LED 기술을 활용한 TV 패널을 개발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현재 기술력으로는 TV 한 대를 제작하는데 10일이 걸릴지, 100일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LED는 컬러 필터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초소형 발광물질이다. 빛을 내는 LED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크기와 형태, 해상도에 제약이 없다. 100인치가 넘는 초대형 TV를 제작하는 데 적합한 기술이기도 하다.


관건은 시간과 비용이다. 한 부회장은 “4K(UHD급)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2500만 개의 LED 칩을 기판에 옮겨야 하는데 화소 하나를 1원으로 치면 2500만원이 된다”며 “전시회용 시제품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감당할 양산 제품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LCD 패널에서 OLED로의 사업 전환을 서두를 예정”이라며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OLED 패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에서 40%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OLED TV용 패널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170만 개 패널을 판매했다.

OLED 조명 사업도 한 부회장이 꼽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OLED는 얇고 가벼워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조명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 부회장은 “LED 조명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겠지만 자동차나 고급 인테리어용 조명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CES에 ‘세계 최초’ 꼬리표가 달린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우선 종이처럼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UHD OLED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완전히 다 펴면 일반적인 TV와 같은 16 대 9 비율. 일부만 펴면 영화 감상에 적합한 21 대 9 비율로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다. UHD보다 4배 선명한 8K 화질의 88인치 OLED 디스플레이도 업계에서 첫선을 보인 제품으로 꼽힌다.

라스베이거스=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