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 외곽 LG 단지를 관통하는 ‘LG로(路)’를 지난달 30일 현지인이 가리키고 있다. 뒤편으로 주요 공사가 마무리된 LG화학의 차량용 배터리공장이 보인다.  노경목 기자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 외곽 LG 단지를 관통하는 ‘LG로(路)’를 지난달 30일 현지인이 가리키고 있다. 뒤편으로 주요 공사가 마무리된 LG화학의 차량용 배터리공장이 보인다. 노경목 기자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4시간가량 차를 달리자 회색 바탕에 ‘LG’라는 붉은색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건물이 줄지어 나타났다. 폴란드 4대 도시 중 하나인 브로츠와프 외곽에 자리잡은 ‘LG 타운’이다. LG전자 가전공장을 필두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 주요 계열사가 협력사와 함께 입주해 있다. 이들이 고용한 현지 인력은 1만여 명. 폴란드에 진출한 160여 개 한국 기업이 고용한 현지 근로자 2만 명 중 절반에 달한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사상 최저치인 7%의 월간 실업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현지에서는 LG 같은 외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로 본다.

이달 중순이면 LG화학이 새로운 식구가 된다. 지난해 10월 공사에 들어간 LG화학의 자동차 배터리 공장이 준공되기 때문이다. 공장의 주소는 ‘LG로(路) 3번지’. 폴란드 정부가 LG 계열사들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보답으로 2010년 놓아준 LG로와 맞닿아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LG화학 폴란드 공장은 이미 주요 시설 공사를 끝마치고 야적장에 배터리 생산을 위한 각종 소재를 쌓아두고 있었다. 4000억원을 투자해 4만1300㎡ 규모로 조성되는 이 공장은 매년 10만 대에 이르는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한다. 현재 연 18만 대 정도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가 56%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폴란드 정부와 브로츠와프 시정부는 2000명을 추가로 고용할 LG화학 배터리공장의 순조로운 공사 추진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덕분에 당초 1년에서 1년 반까지 걸릴 예정이었던 공사가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폴란드 정부는 LG화학 공장 공사 과정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했다.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EU) 기금까지 끌어들여 공사대금 일부분을 부담했다. 폴란드는 법령을 통해 자동차와 전자, 항공 등 ‘7대 고도산업분야’에 대해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놨다. 토마즈 피술라 폴란드 무역투자청장은 “폴란드는 EU에 속해 있으면서 러시아 등 옛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와 가까워 생산뿐만 아니라 물류기지로서도 이점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정부는 LG화학 투자금의 25%에 해당하는 1000억원의 법인세를 앞으로 면제해줄 예정이다. 공장 건설 현장이 브로츠와프에서 떨어져 있어 통근이 어려운 건설 근로자를 위해 아침과 저녁에 ‘LG화학 통근 버스 노선’을 신설해 주기도 했다. 이종섭 KOTRA 바르샤바무역관장은 “전통적으로 농업국가인 폴란드는 부족한 산업 인프라를 유치하고 농업 및 광업에 대한 고용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며 “이 덕분에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츠와프=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