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많은 기업이 긴장하고 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현대그룹은 오히려 반색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새 정부의 ‘정치적 해법’을 기대하는 눈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직접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중국 더블스타의 인수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더욱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금호타이어 공장도 광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대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낙연 전남지사도 박 회장에게 반가운 인물이다. 이 지사는 2015년 박 회장이 채권단과 금호산업 인수 협상을 벌일 당시 “지역경제의 회생을 바라는 지역민의 염원을 이해하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며 채권단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대북 사업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국면이 조성되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잇단 북한 핵실험 등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총 4조~5조원 규모의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고향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자리잡고 있는 경남 거제시다. 문 대통령이 평소 조선산업의 중요성과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강조해온 점에 비춰볼 때 조선업계의 표정도 나쁘지 않다는 관측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