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은 종합무역법 부활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7일 “올 2월 무역촉진법(일명 베닛-해치-카퍼 수정법·BHC법) 발효를 앞두고 법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존 종합무역법도 실제 집행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유효한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무역촉진법이 발효됐다고 종합무역법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경고] 기재부 "미국,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가능성 크지 않지만 예의주시할 것"
미국 대선 이후엔 종합무역법에 좀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식 언급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무역촉진법에는 환율조작국이란 단어가 아예 없고 ‘심층분석대상국’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종합무역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종합무역법에 근거해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지는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달려 있는 만큼 외환당국은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만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을 뿐 다른 국가를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공화당이 종합무역법의 제재 규정을 한층 강화한 개정 법안을 통과시켜 주변국들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부작용이 매우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환당국은 그러나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한국 등 주변국들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아직까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1990년대 중반 이후 약 20년간 이 법을 통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사례가 없다. 실질적으로 ‘사문화된 상태’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종합무역법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과 제재 규정이 모두 명확하지 않다는 ‘약점’도 있다. 미국 의회가 2015년 무역촉진법을 새로 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율 관련 제재 법률을 사실상 무역촉진법으로 단일화하고 있는 것도 종합무역법의 파괴력을 약하게 보는 근거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무역촉진법에 근거한 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