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9일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물류혼란 가능성 대비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진 측이 '대마불사(大馬不死)'를 굉장히 믿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한진해운 대주주가 보인 회생 지원 의지를 평가해달라는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의 질의에 이처럼 답했다.

이 회장은 "(채권단 지원불가 결정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달라고 간곡히 말했다.

그 이후 8월 말까지에도 세 차례의 협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을 직접 만나 결단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엄중히 알렸음에도 채권단이 지원을 중단하지 못할 것이라 믿고 계열사 및 총수가 충분한 지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 '안심해도 된다'는 취지로 회사가 화주들에게 안내문을 보내고 법정관리에 대비하지 않은 것도 이런 안이한 인식 탓이었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이 가진 상사 채무만도 6천500억원이었다.

국민 혈세를 더는 써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가장 중요했다"고 채권단의 지원중단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강만수 전 산은 회장은 "안보상 이유에서라도 한진해운을 죽여서는 안 됐다"고 말해 금융당국 및 채권단과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강 전 회장은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관한 새누리당 이혜운 의원의 질의에 "과거 (재무부 시절) 실무 국장을 할 때도 구조조정 원칙을 시장주도로 하느냐 정부 주도로 하는 것을 두고 혼란을 겪었다"며 "이번 한진해운와 같은 시장주도의 구조조정은 대량해고나 물류 대란과 같은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 이후 정부가 대외 지급보증을 하고 회사를 정부 소유로 한 뒤 주식을 소각했으면 됐을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원칙을 정하지 않아 이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