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의사록서 가능성 시사…전문가 "채권매입 한도·기간 늘릴 것"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8일 열릴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와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들이 18일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ECB의 7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에 가할 충격을 "매우 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들은 브렉시트가 주로 영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향후 "직접적 무역 경로를 통해 글로벌 경제에 더 깊고 예상하기 쉽지 않은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높아진 불확실성, 상당한 경제 부진, 미약한 임금 상승 및 물가 압력이라는 현재 상황을 감안한다면 임금과 인플레이션 전망, 중기 통화정책 방향, 완화적 정책 기조가 보장되는 시기와 관련된 추가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여전히 취약한 역내 은행들의 상황도 언급하면서 은행들의 주가 하락과 대출의 둔화는 여신 확대를 도모하는 중앙은행들의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프랫은 "근원적 물가 압력은 여전히 확실한 상향 추세를 결여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우려의 원천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제로(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7월의 물가 상승률은 6월의 0.1%보다는 높은 0.2%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ECB가 목표로 삼고 있는 2% 선에는 크게 미달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의사록에서 드러난 위원들의 논조는 ECB가 9월 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더욱 길게 유지할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현재 기한으로 설정된 내년 3월 이후로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케온 이코노미스트는 7월 의사록은 ECB가 재차 완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에 밝혔다.

그는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우려한다고 말한 것에 방점을 찍었다.

매케온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현재 매월 800억 유로를 정해진 채권 매입 한도를 900억 유로로 증액하고 그 기간도 내년 9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는 한편 은행들에 부과하는 예금 금리도 마이너스 0.4%에서 마이너스 0.5%로 낮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몇몇 이코노미스트들은 ECB가 추가 완화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JP 모건의 그렉 푸제시 애널리스트는 향후의 조치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피해야 한다는 발언이 의사록에 수록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IHS글로벌 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역내 은행들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ECB가 금리를 거듭 인하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