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대형 건설사 중 6곳 연간 수주 달성률 20∼30%에 그쳐
저유가에 따른 중동 수주 급감·수익성 중심 수주로 해외실적 부진
국내 분양 열기로 주택사업 비중 큰 업체는 그래도 양호한 성적표 받아


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이 대체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바짝 달아오른 분양 열기가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주택사업 비중이 큰 업체들은 대체로 수주 실적도 양호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저유가에 따른 해외건설 부진으로 연간 목표를 크게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10대 건설사 중 6곳, 연간 수주 목표액 20∼30%에 그쳐
2일 삼성물산·현대건설·포스코건설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가운데 연간 수주 목표액을 공개한 8개사(SK건설·현대산업개발 제외)의 상반기 수주 실적을 조사한 결과, 올해 목표액의 50%를 달성한 건설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8개사 중 연간 목표대비 수주 달성률 40%를 넘긴 GS건설과 롯데건설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6개사는 상반기 올해 수주 달성률의 30%대에 그쳐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였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6월까지 수주한 공사는 총 4조9천780억원으로 올해 초 수립한 한 해 수주 목표액(16조2천100억원)의 30.70%에 그쳤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 1조70억원 규모의 베트남 SDC 모듈 3동 공사, 7천21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지하철 프로젝트 등 3조3천740억원의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이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액의 30%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내 수주액도 1조6천40억원에 그쳤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알주르 LNG 터미널,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 등을 따내며 상반기 수주액 총 5조785억원을 기록해 연간 수주 목표액 15조400억원의 33.76%를 달성했다.

해외에서는 2조2천818억원을 수주했고 국내에서는 창원 대원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과 광명 11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등을 수주해 2조7천967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액 10조5천억원 가운데 상반기에 3조4천91억원을 달성해 32.46%의 달성률을 보였다.

국내에서 2조2천429억원, 해외에서 1조1천662억원을 각각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신규 수주액 4조6천191억원으로 올해 수주 목표액 12조2천억원의 37.86%를 달성했다.

전년 동기(5조9천254억원)와 비교하면 신규 수주액이 22% 감소했다.

분양시장 호조로 국내에서 4조1천5억원을 수주했으나 저유가로 인한 발주 지연 등으로 해외 수주가 5천186억원에 그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동남아시아와 남아프리카 등 다수 프로젝트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종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에는 해외 부문의 수주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13조원의 수주 목표액을 세운 대림산업은 상반기 수주액 4조9천725억원으로 연간 목표액 대비 38.25%의 달성률을 보였다.

주택사업 호조로 국내에서는 4조7천646억원을 따낸 반면 해외 수주액은 2천79억원에 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연간 수주 목표액 11조2천400억원 중 상반기에 3조2천408억원을 수주해 28.83%의 달성률을 보였다.

시공능력평가 6위와 8위인 GS건설과 롯데건설은 국내 수주 호조에 힘입어 연간 목표대비 수주 달성률 40%를 넘기며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간 수주 목표액을 12조3천억원으로 세운 GS건설은 상반기 5조8천600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액 대비 수주 달성률 47.64%로 50%에 근접했다.

국내에서는 한류월드 킨텍스 원시티(4천100억원), 자이더익스프레스 3차(3천480억원) 등 주택사업을 신규 수주해 4조80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한 반면 해외 수주는 1조8천520억원으로 국내 수주액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롯데건설은 연간 수주 목표액 7조6천억원 중 3조1천526억원을 따내며 달성률 41.48%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원주기업도시 9블록(2천262억원), 4월 해운대 중동 주상복합(2천102억원) 등의 공사를 따내며 국내에서 2조9천838억원을 수주한 반면 해외 수주액은 1천688억원에 그쳤다.

◇ 해외건설 불황에 수주 급감…건설업계, 국내 도시정비사업으로 눈 돌려
이렇게 대형 건설사의 상반기 수주 실적이 대체로 부진한 것은 해외건설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152억1천800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인 254억9천만 달러의 60% 수준에 불과한 것이면서 반기 실적으로는 2009년(131억2천900만 달러)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해외 수주 시장의 텃밭이던 중동이 올해 상반기 47억1천800만 달러로 작년 상반기(69억7천900만달러)의 67.6%에 그쳤고 아시아도 68억8천300만 달러 수준으로 작년 상반기의 53%에 머물렀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던 중남미 시장도 올해 이 지역 경제불안 등으로 발주가 감소하면서 작년 33.4% 수준인 13억9천100만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해외 수주 급감으로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해 27개 재건축·재개발 공사(총 8조180억원 규모)를 수주하며 우위를 달리는 GS건설은 올해 상반기에도 3월 광명철산 10·11단지 재건축(2천855억원), 6월 능곡2구역 재개발(3천3억원) 등의 사업을 수주했다.

주택사업 비중이 큰 대림산업도 지난 2월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제3지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729억원), 3월 정천2구역 뉴스테이 사업(7천528억원), 김포 북변5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3천765억원) 등 1조5천954억원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어져 온 분양 열기가 하반기까지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주택시장 호황에만 의존할 수도 없어 건설업계의 근심도 깊어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에는 각종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시장이 반짝 호황을 누렸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불확실성이 커져 국내 수주에만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건설업계도 중동 일변도의 수주에서 벗어나 제3의 시장을 발굴하고 단순 시공이 아닌 투자개발형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sms@yna.co.kr,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