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경남에 STX조선해양 발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STX조선이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뒤 유동성 위기를 겪어 줄줄이 같은 전철을 밟는 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STX조선에 이어 STX중공업, 고성조선해양, 포스텍이 잇따라 서울중앙지법이나 창원지법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모두 매출액에서 STX조선과 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이다.

STX그룹 소속이었다가 그룹이 해체되면서 떨어져 나간 포스텍은 STX조선과 거래액이 매출액 중 70%나 된다.

역시 그룹사 소속이었던 STX중공업도 매출의 약 40%가 STX조선에서 나온다.

고성조선해양은 STX조선이 전액 지분을 가진 회사로 STX조선이 수주한 배를 건조한다.

현재까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회사들은 STX조선과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거나 자회사다.

STX조선이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후 경남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490곳이 물품이나 기자재를 공급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했다.

창원상의는 STX조선이 협력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 총액이 7월말 현재 4천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포스텍은 STX조선으로부터 240억원을 받지 못했다.

포스텍은 협력업체 470여곳에 줄 돈이 없어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받을 돈을 받지 못하는 포스텍 협력업체들도 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

이처럼 STX조선 위기가 2,3차 협력업체를 비롯해 전방위로 확산하는 상황이라고 창원상의는 설명했다.

STX조선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은 최근 STX조선해양의 '계속기업 가치'는 1조2천635억여원, '청산 가치'는 9천473억여원이라고 서울중앙지법에 보고했다.

기업을 계속 유지할 때 얻는 이익이 3천161억여원 더 높았다.

STX조선은 수주취소가 진행중인 선박을 제외하고도 40여척의 배를 더 건조해 인도해야 한다.

STX조선이 배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기자재·물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이 건재해야 한다.

그러나 STX조선으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도미노 식으로 퍼져 경남지역 조선산업 전반에 자금난이 심화됐다.

윤종수 창원상의 조사홍보팀장은 STX조선 관련기업들이 금융권으로부터 신규 자금 대출은 커녕 기존 대출 연장도 어려워 문을 닫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윤 팀장은 "STX조선 위기가 협력업체들로 넘어가면서 자금난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고용이 불안해지는 등 경남의 조선산업 생태계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정치권, STX조선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나서서 자금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