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회사의 보유 일감이 중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연말께 17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보유 일감이 적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조선사의 수주 잔량은 2510만CGT(표준환산톤수)였다. 지난해 말보다 약 19.5%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 조선사의 수주 잔량은 4140만CGT에서 3670만CGT로 11.3% 감소했다.

일본은 2570만CGT에서 2210만CGT로 14.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수주 가뭄 현상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회사의 일감이 경쟁국보다 더 빨리 줄어드는 것은 수주량 대비 생산 능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650만CGT(표준환산톤수) 규모의 선박을 인도했다. 중국(570만CGT)이나 일본(410만CGT)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수주 실적이 거의 비슷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의 인도 물량이 많으니 수주 잔량이 빨리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 발주로 수주 실적을 꾸준히 쌓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일본보다 수주 잔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일본과의 수주 잔량 격차는 300만CGT다. 2003년 8월 말(260만CGT) 이후 격차가 가장 줄었다.

한국은 1999년 11월 일본을 앞지른 이후 수주 잔량에서 밀린 적이 없다. 2008년 8월에는 수주 잔량 격차가 3160만CGT로 벌어지기도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