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1개 공정 중 올해 13개 보수…연인원 2만7천명 투입
안전의무 위반땐 '원스트라이크 아웃' 1년간 퇴출


"자동차 분해·정비라고 보면 됩니다.원래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지만 3∼6년마다 한번씩 정기보수를 해야 합니다."

10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SK이노베이션의 울산 CLX(콤플렉스)공장. 취재진을 맞이한 이 회사의 이양수 울산 CLX 총괄(부사장)은 이 공장에서 한창 진행 중인 정기보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울산 CLX에서는 이날 총 4개 공정에 걸쳐 정기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제3 정유공장(CDU), 제1 중질유 분해시설(FCC), 제2 파라자일렌(PX) 공장, 제2 방향족제조시설(NRC) 등이다.

울산 CLX는 약 830만㎡ 터에 100여개의 첨단 자동화 공정과 8개의 자체 부두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석유화학 생산단지다.

여의도 면적의 약 3배로, 단일 공장시설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SK이노베이션 외에도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계열 4개사의 정유·중질유분해·석유화학·윤활유 공장과 연구시설이 이곳에 있다.

정기보수란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안전성 확인, 운전 효율성 확보 등을 위해 3∼6년마다 가동을 멈추고 정밀검사, 정비, 노후설비·촉매 교체 같은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설비나 공정마다 보수 주기가 다르다 보니 한꺼번에 몰리기도 하는데 바로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가 이뤄지게 됐다.

총 21개 공정 중 13개 공정에 대한 정기보수가 올해 진행된다.

3월 중질유 분해공장을 시작으로 2곳의 보수가 끝났고, 4곳이 진행 중이며 하반기에 7개 공정에 대한 보수가 예정돼 있다.

12월 중순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정기보수를 위해 가동을 멈춘 제3 정유공장 곳곳에는 정비·점검 인력이 다닐 수 있는 비계와 초록색 안전그물이 설치돼 있었다.

수직 또는 수평으로 복잡하게 뻗은 수십 가닥의 라인(파이프)들 사이로 안전모에 작업복을 착용한 정기보수 근로자들이 걸어 다녔다.

이들은 기존 라인을 분해해 석유처럼 점성이 있는 찌꺼기나 쇳가루 등 각종 침전물을 제거한다.

현장에선 이런 침전물을 파울링(fouling)이라 부른다.

또 노후설비·부품이나 촉매 교체, 증설한 설비를 기존 설비와 연결하는 작업도 정기보수 때 이뤄진다.

공장 전역에 전기와 스팀을 공급하는 종합동력공장 중 한 지역공장(NAC)은 올해 31년 만에 정기보수를 하고 있다.

그동안 이 공장을 대신해 스팀을 공급할 공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엔 추가로 스팀 배관을 깔고 이중 공급체계를 갖춰 31년 만에 묵은 때를 벗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정기보수에는 150여개 협력업체가 참여한다.

투입 인력도 하루 최대 5천명, 연인원 27만명에 달한다.

용접, 전기, 배관 기술자와 근로자가 투입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 불황 등으로 침체에 빠진 울산 지역경제에 다소나마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정기보수 작업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안전이다.

이양수 총괄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관리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도 있다.

바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다.

질식 사고 위험이 있는 밀폐용기 무단출입과 유해가스 농도 미측정, 추락 위험이 있는 높은 곳 작업 때 안전걸이 미(未)체결 등 2가지 사항을 어겼을 때는 곧장 작업에서 배제하고 1년간 SK의 작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정기보수를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 윤보선 부장은 "올해도 3명이 안전걸이 미체결로 퇴출당했다"고 말했다.

김운학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설비본부장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를 하고 있지만 무사고·무재해 기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