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기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기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상장을 한 달 앞둔 호텔롯데의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해 “현재로선 호텔롯데의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가 상장 후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것이란 증권업계 전망과 달라 주목된다. 신 회장이 국내 기관투자가 앞에서 직접 기업설명회를 한 것은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다음달 호텔롯데 상장뿐 아니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 등 그룹 경영에 중요한 일정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호텔롯데가 지주사는 아니다”

신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호텔롯데의 잠재력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기업설명회를 마련했다”며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확보해 더 신뢰받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더 이상 사기업이 아니라 공개된 기업이 된다”며 “앞으로 투명 경영과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IR서 마이크 잡은 신동빈 "호텔롯데, 지주사 전환 검토 안해"
신 회장은 ‘호텔롯데 지분이 거의 없는데 어떻게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 상황에선 호텔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동안 시장에선 호텔롯데가 상장 후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호텔롯데가 롯데쇼핑(8.8%)과 롯데물산(31.1%), 롯데제과(3.2%)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호텔롯데는 다음달 30일 상장하면서 L투자회사 등 기존 일본계 호텔롯데의 주주 지분을 줄이기로 했다. 전체 상장주식의 35%를 공모하면서 25%는 신주발행하고 10%는 일본계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구주)을 팔기 때문에 상장 이후 일본 계열사 지분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호텔롯데의 자율성이 높아져 호텔롯데가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증권업계에선 내다봤다. 만약 호텔롯데가 지주사가 되지 않으면 한국롯데홀딩스(가칭) 같은 제3의 회사를 신설해 지주사로 바꾸는 안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단기간 내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지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바꾸는 안을 완전히 폐기했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운명의 6월’ 앞두고 직접 나선 신 회장

신 회장이 기업설명회에 나선 건 6년 만이다. 그는 2010년 영국 런던에서 런던증시에 상장된 롯데쇼핑의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투자자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적은 없었다. 신 회장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호텔롯데가 우리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하나여서 직접 설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다음달 그룹의 미래 향방에 결정적 변수가 될 일정을 앞두고 신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호텔롯데의 핵심 부문인 면세점 사업의 향후 일정이 확정된다. 다음달 초 국내 신규 면세점 공고가 나면 작년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심사에서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언제 문을 열 수 있을지 정해진다. 월드타워점은 다음달 30일 폐점한다.

또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 주총이 다음달 말 열린다. 이 자리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4월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 때처럼 신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현 경영진을 해임해달라는 안건을 올릴 방침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년 후견인 심판도 다음달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달 19일 정신감정을 거부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돌연 퇴원하자 서울가정법원은 “다음달 27일까지 정신감정에 응할지 여부를 알려주지 않으면 현재까지의 기록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홀딩스 주총과 호텔롯데 상장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신 총괄회장의 재판만 일단락되면 롯데그룹의 복잡한 상황은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나수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