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일관되게 경제 구조개혁을 추진해왔다. 부동산 경기에 의존한 성장모델과 결별하고, 민간부문을 활성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중국 정부의 정책 의도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경제가 흘러간다는 진단과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는 반면 민간부문 투자 증가세는 급속히 둔화됐기 때문이다.
딜레마에 빠진 중국, 경기부양 어찌할까
○반토막 난 민간투자 증가율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4일 발표한 4월 산업생산·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는 각각 전달 수치는 물론 시장 기대치에도 못 미쳤다. 3월 지표 호전으로 확산되던 실물경기 회복 기대감도 주춤해졌다.

부동산시장만 활황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4월까지 중국의 부동산 거래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9% 늘었다. 지난 1분기 증가폭(54.1%)보다 컸다. 지난해 연간 부동산 거래액이 14.4% 증가한 것에 비춰보면 불과 몇 개월 새 확 달아올랐다. 작년 한 해 증가세가 줄곧 둔화한 부동산개발 투자도 올 들어 활기를 띠었다. 부동산개발 투자는 지난해 1.0% 늘어난 데 불과했으나 올 들어 4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7.2% 증가했다.

부동산시장과 달리 민간 고정자산투자는 부진하다. 4월까지 중국의 전체 고정자산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하는 동안 민간부문 고정자산투자는 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기업이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간투자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전체 고정자산투자와 같은 10%대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2월부터 증가폭이 6.9%로 뚝 떨어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른 둔화세다.

○비상 걸린 中정부

중국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부문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평한 경쟁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급기야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17일 은행들에 긴급통지문을 돌렸다. 민간기업 대출을 확대하라는 ‘지시’였다. 은행들이 대출할 때 국유 기업과 민간 기업을 차별하는 사례가 없는지 점검하는 특별조사단도 구성했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민간 기업 투자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6.5~7.0%)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부동산시장 과열을 일정 부분 용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가장 바라지 않던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대도시 부동산 가격의 이상급등 현상이 지속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중국의 과잉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과잉부채는 자칫 경제 경착륙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뇌관이다.

중국 지도부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9일자 인민일보에 실린 ‘권위있는 인사’와의 인터뷰 기사에선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비판했다. 중국 지도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중국이 처한 이 같은 딜레마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시장 활황은 단기적으로 훌륭한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천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