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본지 4월26일자 A1, 5면 참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재부와 금융위, 한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작년 말 기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4.2%, 10.0%다. 당장 구조조정을 못할 만큼 부실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출채권 추가 부실화로 두 국책은행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무 건전성이 나빠질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충당금을 1조원 추가로 쌓을 때마다 산업은행은 0.4%포인트, 수출입은행은 0.8%포인트씩 BIS 비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본 확충 방법으로는 정부의 재정 투입과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 등 두 가지가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재정당국(기재부)뿐 아니라 통화당국(한은)까지 동원하는 것은 2005년 카드채 사태 이후 11년 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 투입 수단으로 △지난해 세계잉여금(2조5277억원) 중 국가채무 상환 등 국가재정법에 따라 써야 할 1조2981억원을 제외한 1조2386억원의 여유 현금 출자 △한국전력(장부가 5842억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22조9905억원) 등 정부 보유 지분의 현물 출자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 증자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정부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은의 산업은행 출자는 산은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한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관련법을 바꿔주면 한은도 역할을 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은 출자가 성사된다면 과거 외환위기 당시 수은에 대한 출자 이후 17년 만의 ‘발권력을 동원한 국책은행 출자’가 된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한국형 양적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한은의 국책은행 자금 지원 방안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다만 자본 확충 규모에 대해 “아직 금액을 확정할 단계가 아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용선료 협상 성공 여부, 조선사 구조개편 결과 등에 따라 국책은행의 대출 부실화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책은행의 부실화 규모를 시나리오별로 설정하면서 단계별 적정 자본 확충 규모를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열/심성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