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광화문 한복판에서 직장인들 명함 들고 줄 선 이유는
"사원증 혹은 명함을 보여주시면 유니클로 '에어리즘'을 1인당 1장씩 드립니다. 명함을 응모함에 넣으시면 추첨을 통해 60분께는 직장 동료와 함께 나눠입을 수 있게 10장씩 드리니 참여해 주세요."

지난 14일 오후 6시30분 서울 청계천로의 유니클로 팝업 매장. 퇴근길의 혼잡한 광화문 한복판에 50여 명의 직장인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기능성 속옷 에어리즘을 받기 위해서다.

인근 여행사에 근무하는 이길재씨(37)는 명함을 꺼내며 "직장 동료에게도 (이벤트에 관해) 귀띔해 줘야겠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오는 22일 개점하는 광화문D-타워점 개점에 앞서 인근 직장인에게 홍보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오는 20일까지 닷새간 하루에 1200장, 총 6000장의 에어리즘을 푼다. 행사 첫 날인 지난 14일에는 배분된 준비 물량인 1200장이 모두 동났다.

유니클로는 서울 시내 핵심 업무 지역 중 한 곳인 광화문 사거리에 SPA 브랜드 중 최초로 매장을 열고 직장인에게 홍보에 나선다. 2013년 연 강남역 2호점에 이은 두 번째 업무 지역 공략 지점이다.

'라이프웨어'를 표방한 유니클로는 최근 각 직업군별 히트텍과 에어리즘의 활용을 강조한 광고 캠페인을 운영하며 소비층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업에서 캐주얼 데이와 간소한 복장의 쿨비즈룩이 보편화되면서 SPA 소비 시장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PA 브랜드들은 10~20대 초반의 소비자가 선호하는 '저렴한 옷'이란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브랜드에서는 구매력이 있는 20~30대를 대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브랜드란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기능성 및 소재를 강조한 기본 디자인의 의류를 선보이고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PA 에잇세컨즈가 아시아 여성의 피부색을 고려한 '톤업 화이트 셔츠', 니트와 티셔츠의 장점을 결합한 '니티' 등의 신제품을 출시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에잇세컨즈는 코엑스 지점 등 사무 지역 밀집 매장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라인 제품군 배치에 역점을 두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엑스점의 경우 비즈니스 캐주얼 라인을 전체 제품의 40% 정도로 구성하고 있다"며 "지역 특화 전략을 적용해 직장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경기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을 위해 SPA 뿐 아니라 각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PB)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발 멀티숍 ABC마트는 신발 PB 호킨스를 통해 직장인을 정조준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을 겨냥해 9만9000원 짜리 가죽 구두를 출시하고 '굿슈즈 굿프라이스'란 슬로건과 함께 젠틀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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