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보험은 자산운용업입니다. 기준금리 연 1%대 시대에 국내 상품에만 투자하는 보수적인 경영으로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역마진 때문에 어렵다고 푸념할 게 아니라 자산운용을 잘해서 수익률을 높일 궁리를 해야 합니다.”

설 연휴 전인 지난 5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집무실에서 만난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사진)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각종 자산을 세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요즘 자산운용회사 DNA를 갖고 있는 미래에셋생명에 큰 강점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눈을 해외로 돌리면 투자 리스크가 크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이 많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2012년 미래에셋생명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이후 그룹의 증권사와 보험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이때부터 일관되게 ‘보험은 운용업이며, 보험산업은 성장산업’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 부회장이 자산운용 분야의 우수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변액보험 자산의 해외 투자 비중을 50% 안팎으로 늘린 것도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여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미래에셋생명의 이런 노력은 지난 3년(2012~2015년)간 변액보험 총자산 수익률 1위라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변액보험 수익률 1위에 오른 비결은 무엇입니까.

“자산운용에서 자산배분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운용의 본질은 결국 돈에 ‘좋은 자산’을 갖다 붙이는 것입니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성과는 다양한 해외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구조적 장점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글로벌 자산배분 원칙을 유지한 덕분입니다. 국내 주식, 국내 채권만으론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배분을 한다고 해도 국내 경제가 처한 위험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보다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배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장기적 자산배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자산의 59%를 해외 우량 자산에 투자합니다. 세계 주식시장에서 고작 2%를 차지하는 국내 주식시장이 아닌 나머지 98%로 눈을 돌려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영역을 늘려가야 할 때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결국 오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의 금리 인상을 직접적으로 유발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오는 세계 자산시장의 변화와 이로 인해 유발될 변동성에 대해서는 작년 말부터 신중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큰 폭으로 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위험관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변액보험 자산운용에선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미래에셋생명에는 고객의 펀드를 정기적으로 직접 변경해주는 MVP 펀드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식 비중을 최대 60%까지 설정할 수 있는 펀드의 주식투자 비중을 45%까지 낮춰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지는 시기에는 환율 변동에 따른 투자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7월 상장했습니다. 회사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봅니까.

“미래에셋생명 상장은 생명보험사로는 네 번째, 시기적으로는 5년 만입니다. 저금리고령화 시대 보험업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고 생명보험사 상장의 물꼬를 다시 튼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은퇴 및 노후 준비에 대한 요구는 폭발적으로 커져 보험업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이익률 개선 여지가 있고 비(非)은행 금융권에 대한 제도 개선,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 등의 이슈로 생명보험업은 성장 전망이 밝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셋생명이 변액보험 수익률 1위의 저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내실 경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주가는 충분히 반등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20년께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에 대한 보험사의 걱정이 많습니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사의 수익 인식 방법이 바뀝니다. 지금은 보험료 입금 때마다 수익으로 인식하지만, 앞으론 장래 서비스 제공(보험금 지급)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도록 바뀌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초기에 쏠리던 보험 상품의 기간별 손익이 전 보험 기간에 거쳐 인식되는 방식으로 변합니다. 현재의 신계약 중심 영업에서 계약 유지관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보험영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됩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업계에서 가장 발빠르게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을 준비해 왔습니다. 2014년 한국보다 한발 앞서 IFRS4 2단계와 자기자본 규제를 대폭 강화한 솔벤시II(Solvency II) 도입에 직면한 영국 스탠다드생명을 방문, 인프라 구축 및 인력 운용에 대한 준비 상황을 점검한 뒤 ‘IFRS 도입 준비팀’을 꾸렸습니다. 이 조직은 보험부채 공정가치 평가를 위한 최적 가정, 상품 모델링, 계약정보 요건 정의 및 적합성 등에 대한 분석과 보완을 전담하며 다가오는 새로운 회계기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됐습니다.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까.

“미래에셋생명의 글로벌 자산배분 능력과 상품 개발 능력을 대우증권의 판매 역량과 결합하면 양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론 그룹 브랜드 가치 상승에 힘입어 미래에셋생명의 영업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됩니다.”

▶생명보험사 경영을 맡은 지 3년8개월이 지났습니다.

“2012년 6월 미래에셋생명에 온 뒤 끊임없이 강조한 것이 질적(qualitative) 1등 보험사입니다. 규모의 경쟁을 지양하고 내실 경영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고객 만족을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상품과 자산운용 혁신을 거듭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왔다고 자부합니다. 미래에셋생명의 내실 경영 수치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출범 10년, 꾸준히 증가하는 총자산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입보험료 유입, 업계 최고 수준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 금융감독원 민원발생평가 1등급 등 다양한 지표에서 내실 경영 수치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의 장기 목표는 무엇입니까.

“미래에셋그룹은 증권·보험·운용을 아우르는 최고의 자산운용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투자은행(IB)그룹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그룹의 DNA를 고스란히 가져와 글로벌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고객 중심 경영에 집중할 것입니다. 특히 변액보험 수익률 1위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건강과 노후 설계를 적극적으로 이끌고, IFRS4 2단계 도입 등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5년 안에 최우량 기업이 되는 로드맵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질적으로 1등인 보험사’를 목표로 소비자가 만족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민원에 귀 기울이면서 뛰어난 리스크 관리 능력도 갖춰나갈 계획입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