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부총리 "마이너스 금리 금융기관 영향 주시"

일본 대형 은행들의 실적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리소나,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 등 일본 대형은행 5개 그룹의 순이익은 작년 4∼12월에 2조2천573억엔(약 22조5천7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 줄었다.

4~12월 기간에 이익이 줄어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대형은행 부진 원인으로 채권운용이나 아시아를 상대로 한 융자 실적 저조 등을 지목했다.

합계로 2조엔을 넘은 이익은 과거 10년간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다.

일본 기업들의 M&A(인수·합병)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자금 융자나 관련 수수료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은행 본래업무에서 벌어들인 것을 나타내는 실질업무 순익은 5개 그룹 전체에서 줄었다.

눈에 띄게 저조한 분야는 국채의 매매 등으로 벌어들이는 시장 부문이다.

채권 매매의 손익은 5개 그룹 전체로 두자릿수의 비율로 줄었다.

작년 여름 이후 중국불안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워 투자신탁 판매도 둔화돼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홀딩스의 판매액은 20%대 후반의 비율로 줄어들기도 했다.

한동안 은행들의 주요한 수익원이었던 해외사업도 주춤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2월말 대아시아 국가 융자 잔고는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이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감소했고, 미쓰미시UFJ도 횡보세였다.

미쓰비시UFJ 측은 "아시아 전체에서 자금수요가 줄어 협조융자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유가격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복수의 대형은행은 배럴당 20달러까지 원유가격이 하락해도 과거의 투융자 손실을 견뎌낼 수 있는지에 대한 내부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대형은행에서는 이미 자원분야의 융자에서 발생한 충당금을 쌓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은행도 마찬가지다.

금융청도 작년 말부터 자원가격 하락이 일본 은행들에게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새로운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미즈호은행은 작년 4~12월 기간 평균의 대출금리가 처음으로 1%선 아래로 내려왔다.

미쓰비시UFJ은행도 작년 4~6월 1%를 밑돌았고, 그 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대출금리에 하락 압박이 가해지는 셈이다.

은행 내에서는 "이 이상 금리를 내려도 자금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아, 이자수익 축소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커질 것 같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의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해 은행주의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은행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 다음 거래일인 1일 일본 채권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장중 사상 최저인 0.05%까지 떨어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담당상도 겸하는 아소 부총리는 "지난 71년간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편 적이 없어서 일본은행이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의 일을 하고 있다"면서 "금융기관 경영에 압박이 있으면 은행이 기업에 융자하는 등의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수요가 없다는 게 현재 일본 경제가 처한 현실"이라며 "금융기관의 경영을 잘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