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기업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보통신과 항공장비, 선박엔진 등 핵심 업종에서 ‘내셔널 챔피언’을 지정해 M&A 자금과 연구개발비를 대주고 있다. 글로벌 핵심 기업 M&A를 통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얼그룹이 이달 미국의 상징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일본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해 물류회사인 긴테쓰월드익스프레스(KEW)가 싱가포르 APL로지스틱스를 8억8700만달러에 인수했고, 미쓰비시UFJ금융그룹과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은 각각 태국 아유다은행과 인도네시아 연금저축은행(BTPN)을 사들였다. 글로벌 기업을 쓸어담았던 1980년대와 달리 알짜 강소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 거점을 마련해 내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중국과 일본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M&A) 거래 규모는 지난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 기업들은 397건, 935억달러(약 113조3220억원) 규모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일본 기업들은 동남아 지역(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에서 110억달러 규모의 기업을 인수했다.

반면 한국의 해외 M&A 규모는 오히려 2012년 1조7000억원에서 2014년 40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에도 CJ대한통운이 중국 최대 냉동물류회사인 룽칭물류를 4550억원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대형 해외 기업 M&A를 찾아보기 힘들다. GE 가전사업 부문과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 각각 삼성전자와 CJ대한통운이 뛰어들었지만 중국과 일본 기업에 밀렸다.

임병일 크레디트스위스(CS) 한국지점장은 “일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고 중국은 빠른 의사결정을 무기로 단기간에 비슷한 단계에 도달해 한국 주력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한국은 구조조정에서도 샌드위치 신세”라고 지적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