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드 크루거(Harald Kruger) BMW그룹 회장(사진·51)은 지난해 9월 전세계적으로 매스컴을 탄 인물이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전세계 언론들을 대상으로 설명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무대에서 쓰러졌기 때문이다. BMW측은 과로에 따른 혈액순환 이상으로 잠시 혼절할 것 뿐이며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크루거 회장은 건강해 보였다. 기자간담회를 준비한 BMW그룹코리아에서 “건강 관련 질문은 안해 주길 바란다”고 사전에 요청해 와 어떤 기자도 이를 묻지는 않았다. 크루거 회장은 20여명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Happy new year“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이날 한국에 도착해 바쁜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5시 약간 넘어 한시간 남짓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피곤한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는 하루도 채 안되는 한국 일정을 마치고 12일 새벽 독일로 돌아갔다.

크루거 회장이 회장 자격으로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 BMW그룹코리아가 7년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지키고 있고, BMW그룹코리아가 설립 20년인 지난해를 성공적으로 보낸 것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BMW그룹 회장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05년 헬무트 판케 회장 이후 11년만이다.

크루거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삼성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BMW는 전기차의 배터리 부문에서 삼성SDI와 협력하고 있다. 크루거 회장은 또 “디지털화와 연결성(connectivity)을 통한 기술 혁신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크루거 회장은 모두 발언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Q&A) 전문.
BMW그룹 회장 “한국 1위가 세계 1위…삼성과 협력 강화”
▶크루거 회장 모두 발언

=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 뵙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CEO가 된 후 첫 한국 방문이자 CEO로서 한국 언론과 처음 갖는 자리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여러분에게 제 생각을 알리고 현재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관한 여러분의 견해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두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2015년 BMW 그룹은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와 BMW코리아가 그룹 전체의 성공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새로운 전략에 관해서도 살짝 밝힐 계획입니다.

2015년 BMW 그룹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6년 연속으로 매출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220만대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BMW, MINI 및 BMW Motorrad 모두 매출 기록을 갱신했고 롤스로이스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로써 BMW는 고급차 부문에서 세계 선두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성공적인 결과에 있어 BMW코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BMW가 한국에 진출한 지도 20년이 넘었고 외국계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최초의 100% 전액출자 자회사였습니다. 현재 한국은 BMW그룹에 있어 여덟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불과 15년 만에 연간 2,000대에 미치지 못했던 판매량이 2015년 55,000대 이상으로 신장되었습니다.

제가 볼 때 실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판매 증가율은 거의 19%에 달했습니다. 또한 BMW 모터사이클 판매량도 2,000대를 넘어서서 전년대비 24%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성과는 모든 제휴업체들과 믿을 수 있는 파트너 업체들, 한국의 우리 딜러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제휴업체들과 파트너 업체들에게 그 성과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경우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지배력이 강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성공적인 성과를 올렸으니 한층 더 자부심을 가질 만 합니다. 이 모든 사실들이 한국 시장에 기울인 BMW의 높은 열성을 반증합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시아 최초의 BMW 드라이빙 센터와 다섯 번째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이곳 한국에 설립했습니다.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와 드라이빙 트랙을 한 장소에 둔 것도 세계 최초입니다. 190,000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성공적인 시도였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한국 고객들은 안목이 뛰어납니다. 브랜드를 강하게 의식하고 고급 승용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BMW 그룹은 한국 시장에 친숙해졌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4,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2016년 말까지 그 수를 5,200개로 확대시킬 계획입니다. 향후 한국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할 것입니다.(이후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은 올해말 일자리수를 5500개로 정정)

BMW 코리아 미래 펀드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시민이 되기 위한 청사진을 수립했습니다. 글로벌 리더십, 나눔의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환경 보호 등 한국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사안들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BMW 코리아 미래 펀드는 2011년 처음 설립된 이래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해 왔고 오늘 오후에 저도 한 사원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방문했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개인 이동성은 우리의 핵심 전문기술이자 기술 혁신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BMW i를 예로 들자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체론적 접근법을 적용한 유일한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100% 전기로 구동되고 연결성이 뛰어난 BMWi3가 좋은 예입니다. BMW i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작년 한 해 전세계적으로 판매된 i3와 i8은 약 3만대 정도입니다. 그리고 i3는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BMW 그룹이 창립 10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입니다. 이 역사적인 해를 향후 100년의 이동성을 내다보기 위한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그리는 미래를 살짝 공개하고자 합니다. 며칠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면 컨셉카가 나옵니다. 이 컨셉카는 최고 수준의 디자인, 혁신 그리고 드라이빙의 즐거움 등 BMW와 BMW i의 핵심적인 특성들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이 차는 BMW Connected를 통해 지능적인 디지털 공간으로 변신하고 모든 고객들을 위해 개인 이동성을 지원하고 단순화합니다.

개인정보, 물리적 장치 그리고 여러 디지털 서비스를 연결하여 새롭고도 끊김 없는 고객 경험을 선보입니다. BMW그룹은 자동차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사용자가 제공한 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들을 제공합니다.

BMW는 2007년에 처음으로 넘버원 전략을 이동성 서비스에 통합했습니다. 지난 9개월 간 넘버원 전략의 새롭게 정비하고 한층 발전시켰습니다. BMW는 크게 두가지 일정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2020년까지 사업 운영이며 다음으론 2025년까지 새로 진출할 신규 사업 분야입니다.

4가지 주요 활동 분야에 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브랜드 관리와 디자인입니다. 두 가지 모두 고객의 구매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둘째, 고객 지향성입니다. 우리 제품들이 한층 고객 중심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셋째, 전기이동성입니다. 배터리에 관하여 삼성과 협력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해 나갈 계획입니다. 넷째, 디지털화와 연결성을 통한 기술 혁신입니다. 이동성의 미래는 디지털 세계에 달려 있고, 지능형 실시간 지도, 위치 기반 서비스 및 자율 주행 등을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아우디 및 다임러와 함께 최근에 노키아의 지도 사업부문인 히어(HERE)를 인수했습니다.

매우 정밀한 디지털 지도와 실시간 차량 정보가 함께 사용되어 도로 안전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뒷받침하게 될 것입니다. 히어는 오픈 플랫폼으로 유지될 것이며 향후 추가적인 파너트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아시겠지만 이동성은 매우 흥미로운 분야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회사의 새로운 전략과 관련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는 3월에 뮌헨에서 있을 연례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한국은 향후 그룹 성장을 위한 전략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혁신과 브랜드에 매우 민감합니다. 한국 시장의 추가적인 발전 가능성을 크게 전망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전반적인 사업 풍토와 자동차 산업에 관한 여러분의 의견과 생각을 듣고자 합니다. 기탄 없는 의견 부탁 드립니다.

▶크루거 회장과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Q)전기차 사업에서 삼성과 실질적인 협력 방안은 무엇입니까? LG 등 다른 기업과 협력할 계획은 있습니까?

A)현재 삼성과 좋은 관계이며 배터리셀 부문에서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협력은 장기간으로 생각하면서 유지할 것입니다. E모빌리티 중요성 높아지면 그만큼 파트너십의 중요성도 더 높아 질 것입니다. BMW 그룹은 계속해서 한국 기업과도 접촉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미 BMW 그룹에 공급을 하고 있는 협력 업체들이 있고 이것이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한 배경입니다. 한국의 파트너들은 우수한 경쟁력 확보, 매우 혁신적인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과 일해서 기쁜 마음입니다.

(김효준 사장) 현재 1차 협력업체 등록 22개이며 향후 4년간 납품 수주액은 약 8조원에 이릅니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최첨단 전장부품뿐만 아니라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으로 협력 확대 중입니다.

Q)디트로이트모터쇼 대신에 한국에서 중요한 발표를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한국의 파트너들을 만나는 다른 계획이 있습니까? 중국에 비해서도 작은 시장인 한국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다른 미팅 계획은 없습니다. 한국은 세계 8위의 시장이며 매년 두 자리 수 성장하고 있으며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의 중요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을 직접 방문해 BMW 코리아의 임직원과 파트너들에게 2015년의 성과뿐만 아니라 지난 20년의 성과를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고객들이 세련되기 때문에 럭셔리 부문에서 훌륭한 지표입니다. 한국에서 넘버1이면 세계 넘버1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시장에서 BMW 코리아의 1등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Q)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핸들링 보다 화려함을 추구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 고객의 의견 반영이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충전방식 통합 등 방안이 있습니까?

A)BMW 그룹은 글로벌한 접근을 하고 판매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균형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전기차 충전 방식은 고객의 충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한국 고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세련되고 전문성을 가지고 한국에서 의견을 주고 있습니다. 브랜드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평판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Q)글로벌 자동차 CEO에게 질문을 하겠습니다. 애플, 삼성 등이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데 전통 자동차 업체로서 IT 업체들의 자동차 산업 진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 2016년 디젤 차량에 대한 전략은 어떻게 수정되고 있습니까?

A)BMW 그룹은 애플이든 누구든지 경쟁에 대해서는 무시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부문에서 디지털 비중 늘고 있지만 BMW 그룹 역시 최첨단 혁신 기술 기업으로서 인터넷 뿐만 아니라 커넥티비티가 자동차 부분에서 중요함을 알고 있습니다. 노키아의 지도 관련회사인 히어를 인수한 것도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일환입니다.

BMW 그룹은 디젤과 관련한 어떠한 소프트웨어 조작도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 사태 이후에도 매출에 영향이 없습니다. 디젤은 향후 10년동안 배출 기준을 위해 필요한 기술입니다. 다만 전기차에 대한 보급도 늘고, 전기차 중요성은 계속 제고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Q)드라이빙 센터, 고용창출 등을 말씀하셨는데 추가로 투자 계획이 있습니까? 한국에서 경쟁 관계인 벤츠는 올해 SUV를 강화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데 BMW의 대응 전략은 무엇입니까?

A)(김효준 사장) 현재 한국에서 4,500명 고용 창출하고 있으며, 올해 5,500명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아울러 R&D센터에는 200억원 투자하고, 부품센터 확장에 1,300억원을 투자하며 차량 검사소에 200억원 추가 투자할 것입니다. 2017년 완공될 송도 BMW콤플렉스(가칭)에 450억원이 투자됩니다.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가져가기 위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고객만족과 100년 역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모델 출시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또한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모델들을 적극 출시할 것입니다. 뉴 X1과 다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뉴 X5 xDrive 40e, 뉴 330e, 뉴 740e 등)입니다. 고성능 M2 쿠페가 선보일 것입니다. 특히, 올해 MINI는 최근 출시된 뉴 MINI 클럽맨의 볼륨 성장과 함께 뉴 MINI 컨버터블를 출시하면서 고객의 니즈에 맞는 독특한 마케팅 활동도 전개할 것입니다. 정리하면 현재 투자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금액은 총 2,150억원 정도입니다.

Q)BMW가 한국에서 판매는 1위이지만 애프터서비스(AS)는 1위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신문 평가에서는 렉서스, 벤츠에 이어 3위에 그쳤습니다. 향후 서비스 강화 계획이나 투자 계획이 있습니까?

A)(김효준 사장) 서비스 조사 내용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BMW 코리아는 현재 워크베이만 1000개 이상이지만 올해 1,200개로 20% 늘릴 계획입니다. 국가기능장도 52명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서비스센터를 10개 추가할 예정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등 외부의 평가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앞으로도 서비스 수준을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정리=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