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의 장기 공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CJ그룹이 올해 공격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다.

CJ는 이 회장이 2013년 7월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대규모 투자를 미뤄왔다.

그러나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이제는 성장을 위한 투자가 불가피한 시점에 왔다고 보고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6일 "내부적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더 지체해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다"며 "국내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M&A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에서 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침은 글로벌 성과 창출을 강조한 손경식 회장의 신년사에도 반영돼 있다.

손 회장은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며 "각 사는 주력 사업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해 글로벌 1등 브랜드로 성장해나가야 하며 신성장 동력 발굴에 더욱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이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조기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점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기존 판결이 뒤집힐 확률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CJ는 최근 내부에 M&A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 해외 기업 인수를 위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를 SK텔레콤에 1조원에 매각하는 등 '실탄'도 준비된 상태다.

향후 해외 투자는 세계 시장에서 앞서 있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CJ 관계자는 "성장 정체 상황 극복을 위해 물류, 바이오, 멀티플렉스 등 해외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의 활발한 확장이 절실하다"며 "적당한 매물이나 사업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박근태 CJ중국본사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하면서 해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중국 냉동물류회사 룽칭(榮慶·ROKIN) 물류를 인수했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M&A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 싱가포르 물류기업 ALP로지스틱스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고, 지난 2013년에도 미국과 인도 물류기업 인수를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은 바이오 관련 M&A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과 중국업체 M&A를 추진했으나 최종 인수 전단계에서 중단한 바 있다.

CJ CGV는 지난해 중국 청두(成都)점 개관으로 해외 100호점을 돌파했다.

해외 극장 수가 국내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에는 해외 현지 극장 인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J CGV도 작년 초 대형 인도 극장 기업 2곳의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실패했다.

CJ그룹은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비중 70%를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25조6천억원이던 그룹 매출은 2014년 26조8천억원으로 소폭 증가했고, 작년에도 29조1천억원으로 30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목표 시점까지 불과 4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을 세배 이상으로 늘릴 방법은 사실상 해외 M&A뿐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