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놀란 중국 정부…증시 안정대책 '신속 대응'
5일 오전 세계 투자자의 관심은 중국 상하이증시로 향했다. 전날 상하이종합지수가 6.86% 폭락한 여파로 밤사이 미국과 유럽 증시도 1~4%대 급락한 터라 이날도 상하이증시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장을 20분 앞둔 오전 9시10분께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계정을 통해 서킷브레이커 제도와 대주주 지분 매각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힘입어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0.26% 하락한 3287.71에 마감했다. 서킷브레이커 제도란 주가가 급등·급락할 때 주식매매를 일시 중지하는 것으로, 중국은 올해 처음 도입했다.

중국 정부의 이날 증시 안정 조치는 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유동성 공급 두 갈래로 이뤄졌다. 증감위는 우선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향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4일 처음 시행된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오히려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증폭시켰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달아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킷브레이커가 1차로 발동되자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앞으로 주식을 팔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히면서 투매에 나서 오히려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증감위는 또 오는 8일로 해제되는 지분 5% 이상 대주주에 대한 주식 매각 금지 조치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증감위가 대주주 지분 매각 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관리 중인 펀드를 활용해 블루칩 종목을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총 1300억위안(약 23조원)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공급했다. 인민은행의 이번 유동성 공급 규모는 작년 9월8일 이후 최대 규모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게 증시 안정 조치를 취한 것은 증시 불안이 확산되면 실물경기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올해 계획하고 있는 각종 경제개혁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시장 안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증시는 당분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번 증시 급락의 기본 배경이 된 중국의 실물 경기 둔화 추세가 당분간 반전되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