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과잉공급 상황 아냐"…확장적 재정정책 유지 시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21일 "구조개혁을 위한 법안 통과가 단기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이날 저녁 서울 송파구 자택 인근을 찾아간 기자들과 만나 "경기 부양과 구조개혁을 똑같은 비중으로 중시하겠다"면서도 당장은 구조개혁 쪽에 좀 더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중시하는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유 내정자는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잘 이끌어야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고 정말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면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혼신을 힘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 내정자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에 대해 "금융당국이 나름의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가계부채가 불어난 데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기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공급 과잉 상황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발언은 전임 최경환 경제팀의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 부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전 세계적인 기조와 같은 맥락이었다며 다른 나라와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유 내정자는 "최 부총리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대에서 3%대로 올리기 위해 단기 부양책을 폈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렵다"며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인 경제정책 기조가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상황에 따라 조절해야겠지만 다른 나라들이 확장정책을 펴는데 우리만 긴축할 수도 없는 문제"라면서 정부가 거시정책 차원에서 몇 년째 경기 부양책을 편 만큼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에 신경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쓸 수 있는 카드를 대부분 써 내년에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할 카드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지만 함부로 얘기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원칙에 맞게 (환율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미세조정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는 "경제학은 과학이고 경제정책은 아트(art)이고 타이밍이 중요하다"라며 "걱정은 되지만 어느 시점에 어떤 정책을 할지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해 3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유 내정자는 "정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꼭 일(경제부총리)을 맡아줘야겠다고 했을 때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가 비상사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이 나오는 것은 앞으로 전개되는 과정에 대해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이 그런 행동을 취할 때"라고 했다.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데 청와대뿐만 아니라 야당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내정자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가깝게 지냈고 함께 책도 냈다"며 "앞으로 서로 정책 방향에 대해 논쟁도 하고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떤 정책이 제일 효과적인지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야당 의원님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