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민원 처리하고도 "규제 풀었다" 홍보하는 정부
‘기상예보 대상 기간을 7일에서 10일로 늘린 것도 규제 개선이다.’

정부가 실질적으론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한 것을 규제 개선으로 홍보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 규제와 무관한 제도 변경이나 단순 민원 해결도 규제를 푼 것이라고 소개했다. 각 부처가 규제개혁 실적 쌓기에만 급급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에는 하도급법상 3배 손해배상제도를 원사업자의 기술유용에 대해서만 적용하다 기술유용 외에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과 감액, 부당반품 등에 대해서도 적용하기로 한 것을 규제 개선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하도급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손해배상을 피하기 위한 부담이 한층 더 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도 마찬가지다. 같은 단말기에 대해서는 지원금 상한 범위 내에서 똑같은 지원금이 지급되도록 만든 것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 측면이 크다. 호텔업의 평가를 의무화하고, 자동차 제작사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부품가격을 공개토록 한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고용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장은 “물론 소비자의 권익 향상 등 긍정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는 해도 기업으로서는 추가 비용이 드는 규제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민원 처리나 행정절차 개선을 규제 개선으로 둔갑시킨 사례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보험료 체납에 대한 과도한 독촉을 막은 것은 규제를 푼 것이 아니라 민원을 들어준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라장터 내 조달업체를 등록할 때 인터넷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것도 행정절차를 간소화시켰다고 보는 게 맞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상청의 중기예보 대상기간을 7일에서 10일까지 늘린 것을 규제 개선으로 분류한 것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심지어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가로등을 설치한 것도 규제 개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복 문화 발전을 위해 한복진흥센터를 통한 교육지원 사업과 한복 공모전을 하는 것도 규제 개선의 사례로 소개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소개한 규제개선 사례를 보면 황당한 것도 적지 않다”며 “규제를 신설하고 강화한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으로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